《 “입사한 뒤부터 하루에 4, 5시간밖에 못 자요. 조금이라도 빨리 업무를 익히려면 어쩔 수 없죠.”(손모 씨·27·입사 2년차) “한 주에 보통 2, 3번은 술자리가 있어요. 일을 하다 보니 술 마실 시간은 있어도 운동할 시간은 없더라고요.”(조모 씨·25·입사 3년차·여) 대부분의 직장인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보낸다. 젊어서부터 건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 고생한다는 말을 듣지만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어느새 한 달이 흐르고 1년이 훌쩍 지나간다. 기업은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를 매번 평가받지만, 구성원의 건강을 챙기는 곳은 많지 않다. 건강관리는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기업이 구성원의 건강을 잘 돌봐야 기업 역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 기업건강지표 지수로 관리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달 발행한 ‘지속가능발전 모색을 위한 건강경영전략 검토’ 보고서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건강경영이 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기업의 구성원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기업건강지표 지수’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보건사회연구원은 주장했다.
구성원의 건강이 나빠져 에너지가 감퇴하면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계적 기업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정보기술(IT)산업의 혁명을 가져왔지만, 암으로 세상을 떠나 CEO로서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다.
이 보고서를 만든 윤시몬 전문연구원은 “직원의 건강을 고려한 ‘건강경영’을 해야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도는 물론이고 생산성도 향상돼 기업가치가 상승한다”고 말했다.
건강경영을 하는 기업은 생산 중심의 경영을 하는 기업과 조직문화가 다르다. 생산에만 매달리는 기업에서 직원들은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에 매달린다. 업무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물론이고 3, 4차로 이어지는 회식에서 폭음을 하기 쉽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건강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
반면 건강경영을 하는 기업은 건강관리를 개인의 책임만으로 두지 않는다. 직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관행이나 기업문화를 고치고, 회사가 일정한 책임을 진다.
예를 들어 직원이 매일 일정시간 운동을 하도록 헬스장이나 기구를 설치한다. 사무실 인테리어도 직원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설계한다. 가족의 건강검진도 챙겨준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심신이 건강한 상태로 일을 하므로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능률도 향상된다.
○ 흡연 음주 비만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국에는 기업의 건강지표 지수를 측정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기준은 아직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안전보건경영 지침처럼 산업재해 예방이나 작업환경에 관련된 규정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이제는 ‘기업건강지표 지수’를 만들어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보고서는 기업의 건강지표에 넣을 수 있는 항목으로 흡연직원의 비율, 위험음주를 하는 직원의 비율, 적정체중 직원의 비율 등을 제시했다.
기업별로 목표치를 설정하고 실천할 수도 있다. 5대 암 검진혜택을 주는 기업은 암 검진을 받는 비율을 목표로 정하면 된다. 고혈압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직원이 많으면 치료율을 점검할 수도 있다. 평균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도 자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구성원을 위해 건강경영에 일찍부터 눈을 돌린 국내 기업이 적지 않다. 금연일지를 배포하고 금연자에게 간식을 지원한 기업, 회식 때 술잔 안 돌리기 운동을 벌인 기업들이 좋은 사례다.
외국의 경우 제너럴일렉트릭(GE)이 임직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헬스어헤드’ 캠페인을 시도하고 있다. 직원이 100명 이상인 전 세계의 GE 사업장은 올해까지 헬스어헤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병가 일수, 건강관련 리스크 평가 등 8가지 항목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2010년엔 87개의 사업장이, 지난해엔 350여 개 사업장이 인증을 획득했다. GE코리아도 지난해 인증을 획득했다.
윤시몬 전문연구원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건강경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개인이나 기업 차원을 넘어서 국가 차원에서 건강경영전략에 관심을 갖고 체계화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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