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시멘트공장 일대 주민 11% 폐질환 앓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환경부, 삼척 시멘트공장 일대 주민 건강검진
공장서 일한적 없는데도 주민 17명은 진폐증 걸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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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시 정라동에 사는 주부 A 씨(70)는 10년 전부터 자주 기침이 났다. A 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40년간 주로 집에서만 있었는데 왜 기침이 나오는지 항상 궁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정부가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조사를 통해 충격적인 진단 결과를 받았다. A 씨는 진폐증 환자였다. 진폐증은 탄광,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로 걸린다. A 씨 자택에서 2km 안에는 시멘트 공장이 있었다.

시멘트 공장 일대 주민 10명 중 1명은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삼척시 시멘트 공장과 석회석 광산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삼척시 정라동 남양동 성내동 교동 등 4개 동과 도계읍 근덕면 노계면 신기면 하장면 등 5개 읍면에 사는 3058명. 이들은 폐활량 검사, 흉부방사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질환자는 유효 조사자 2392명 중 278명(11.6%)으로 확인됐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생기고 폐 조직이 손상돼 기침이나 호흡곤란을 보이는 병이다.

[채널A 영상]삼척 주민 진폐증-만성폐쇄성질환 확인

진폐증은 흉부방사선 검사를 한 3035명 중 36명(1.18%)에게서 나타났다. 이 중 시멘트 공장 근무 등 분진 관련 직업을 가진 적이 없는 환자는 17명(공장 주변 10명·광산 주변 7명)이나 됐다. 진폐증은 워낙 발병자 수가 적어 전국 평균 유병률 조사와 통계가 없다. 공장 주변 대기 중 미세먼지(PM10) 농도는 평균 m³당 23.9∼50.6μg으로 환경기준(100μg)에는 미치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 김근배 연구관은 “기준 이하지만 일반 지역보다는 20% 정도 농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피해 보상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공장 일대 분진 피해 논란이 시작된 시기는 2009년 6월. 정부가 시멘트 공장이 있는 강원 영월군 서면과 주천면 주민 799명을 조사한 결과 47.4%(379명)가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있고 조직이 손상된 상태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충북 제천시의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16명에게 공장 측이 1억2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환경#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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