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경제적 고통 큰 건선환자, 사회적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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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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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웅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윤상웅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모 씨는 20대 초반이던 10년 전 증세가 처음 나타났을 때 단순한 피부질환인 줄 알았다. 팔꿈치에 발진이 생기기 시작하자 습진이라고 생각하고 연고를 발랐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점차 다리와 몸으로 퍼져갔다. 또 발진이 생긴 부위 위로 새하얀 각질이 생기면서 피부가 두꺼워졌다. 움직이는 곳마다 하얗게 비듬처럼 각질이 떨어져 회식과 모임을 피했다. 결국 어렵게 얻은 첫 직장을 그만뒀다.

건선의 초기 증상은 육안으로 봤을 때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증상이 건선과 비슷한 습진은 피부 자극이나 알레르기에 의해 발생하므로 쉽게 완치할 수 있다. 정 씨가 앓았던 건선이라는 질환은 피부에 생기지만 심리적으로 환자를 평생 괴롭히는 난치성 질환이다.

치료를 하더라도 잠시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일이 반복될 뿐, 완치는 어렵다. 게다가 눈에 띄게 외모가 변하면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상실해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진다.

그래서 건선 환자는 다른 피부질환 환자보다 사회생활의 어려움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업, 결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 30대에서 유병률이 높다. 건선 환자의 20% 이상이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건선이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난치병이다 보니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평생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다. 정 씨처럼 정도가 깊은 환자의 심리적 경제적 고통은 어떤 질환 못지않게 심각하다. 물론 최근에는 건선 치료용으로 면역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도입돼 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서구식 생활방식의 확산과 현대생활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건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건선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와, 환자들의 딱한 실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 안타까움이 크다. 기술의 발전만큼 사회 인식도 높아져 건선 환자들이 세상과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윤상웅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청진기를들고#건선환자#만성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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