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폭식증 환자, 여자가 남자에 비해 18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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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4일 03시 00분


폭식 후에는 일부러 토하기까지… “마음의 원인부터 찾아 해결하세요”
배고픔이 없는데도 꾸역꾸역 먹고 목구멍 꽉 찬 느낌까지 먹어야 기분 풀려
심리적 요인 커… 인지행동 치료 등 각광

《대학생인 최모 씨(21)는 TV 시트콤을 보면서 식사하기를 즐긴다. 최 씨는 “기분이 우울할 때 코미디 프로나 시트콤을 보면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풀린다”고 말한다. 문제는 먹는 양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 우유 한 통과 시리얼 한 박스를 한자리에서 다 먹는 일이 빈번하다. 과일이 목구멍 끝까지 꽉 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먹는다. 최 씨는 “고등학교 때는 날씬했는데 대학교 들어와서 ‘통통하다’는 말을 종종 들어서 신경이 쓰인다”며 “폭식증을 멈추기는 어려워서 먹은 뒤에는 꼭 화장실에 가서 토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 20대 여성의 폭식증 심각

거식증과 폭식증을 소재로 한 영화 ‘301 302’의 한 장면.
거식증과 폭식증을 소재로 한 영화 ‘301 302’의 한 장면.
실제로 최 씨처럼 폭식증 때문에 고민하는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간 폭식증 진료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식증으로 지난해 진료를 받은 환자는 2246명. 남성에 비해 여성이 18배나 많았다. 포털 사이트에서 ‘폭식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만 수십 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폭식증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폭식증은 말 그대로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짧은 시간 내에 먹는 증상을 뜻한다. 배고픔이 없는데도 꾸역꾸역 먹는 경우가 그렇다. 전문가들은 “과다한 양의 음식을 2시간 안에 먹는 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됐다고 느낀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 대뇌 호르몬 치료도 효과적

폭식증 환자들은 먹고 싶은 욕구를 조절하지 못한다. 때로는 씹지도 않은 채 음식을 삼키거나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다. 주변 사람들 몰래 숨어서 음식을 먹을 때도 있다. 반면 외모에는 민감하다. 살이 찔까봐 손가락을 입에 넣어 토한다거나 관장약과 설사유도제를 일주일에 2번 이상 쓴다면 폭식증일 확률이 높다. 억지로 구토를 계속하면 체내 전해질이 불균형해진다. 저칼륨혈증, 저염소성 알칼리혈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식도나 위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체중 문제’로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폭식증의 원인은 대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깊은 관계가 있다. 포만감을 주는 세로토닌과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실제로 이런 이상을 교정시켜 주는 약물을 투여하면 증상이 호전되곤 한다. 항우울제도 폭식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 “마음의 욕구가 식욕을 당긴다”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이선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폭식증은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훨씬 크다”고 설명한다. 마음의 욕구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신체적 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일 많은 원인은 날씬함에 대한 사회 기대에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우다. 이 교수는 “젊은 여성들이 사회의 묵시적인 압박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남자들은 운동이나 게임 등 외부를 향하는 방식으로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 반면 여성은 감정표현과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음식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는 어린 시절 음식에 대한 잘못된 기억이 폭식증을 부르기도 한다. 자신이 뚱뚱했던 기억 때문에 어린 딸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너 그렇게 먹다가 뚱뚱해지면 어쩌려고 그래?”라고 윽박지르는 엄마가 있다. 전문가들은 “음식 섭취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면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도 허겁지겁 숨어서 먹으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폭식증 환자를 치료할 때 최근 각광받는 치료는 인지행동 치료와 정신분석 치료다. 이 교수는 “폭식증은 대부분 우울, 불안, 분노로 인해 나타나기 때문에 근본적인 마음의 원인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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