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 “도전은 즐겁다… 다시 우주로 뛰어들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경북대서 톡톡 콘서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제공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제공
“플라이 미 투 더 문, 앤드 렛 미 플레이 어몽 더 스타스(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4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정보전산원 1층 세미나실에서 난데없는 팝송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34·사진)다. 8일은 이 박사가 우주에 다녀온 지 만 4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이날을 기념하듯 2008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불렀던 노래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을 청중 앞에서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개최한 ‘톡톡 과학콘서트’의 8번째 손님으로 초대된 그는 경북대에 모인 500여 명의 학생에게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우주 도전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제 인생 중 (우주에 다녀온) 10일 남짓한 시간은 너무 짧았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우주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이 박사는 처음에는 자신이 우주인으로 선발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과학자 입장에서 볼 때 응모자 3만6000명 중 한 명을 뽑는 것은 ‘필터를 통과하더라도 걸러지는 노이즈(noise)’만큼이나 미미한 확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 자식에게 ‘우주인과 친구였다’고 말해주는 것이 꿈이었다”며 “도전 과정 자체를 즐겼기 때문에 뽑힌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우주인으로 선발된 뒤에는 ‘우주에 간다’는 사실에 흠뻑 빠져, 발사 당일 소유스 우주선 안에서 안전띠로 몸을 꽁꽁 묶은 채 있는 2시간도 아프거나 답답하지 않았단다. 이 박사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누가 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들 정도로 무중력에 흠뻑 빠져버렸다”며 “그 덕분에 18개의 우주실험을 모두 마치고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청중에게 이처럼 어딘가에 ‘미친 듯 빠져서 몰두하는 경험’에 대해 강조했다. 우주가 아니라 공부, 일, 사랑 등 무엇에라도 홀린 듯 빠졌던 경험은 다른 무엇을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뭔가에 미쳐서 의식을 잃을 정도로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학생 때 어딘가에 한 번쯤 미친 듯이 몰두할 필요가 있어요.”

국내에서 항공우주 연구를 하고 싶다고 질문한 학생에게 이 박사는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사람이 진짜 실력자가 된다”며 “본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장치는 바로 ‘걸림돌’”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구=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이소연#한국최초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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