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드림팀]<16>서울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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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심야 추돌로 척추신경 대파… 수술팀 6시간 ‘미세 현미경’ 작전

매주 목요일 열리는 ‘척추병원 환자 증례 콘퍼런스’에 참여한 척추신경외과, 척추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치료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김학선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 원장이 치료팀에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 제공
매주 목요일 열리는 ‘척추병원 환자 증례 콘퍼런스’에 참여한 척추신경외과, 척추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치료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김학선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 원장이 치료팀에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 제공
2011년 10월 늦은 밤, 잠깐의 졸음운전으로 박윤식(가명·31) 씨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은 것. 박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한 사지 및 호흡 마비로 치료가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박 씨는 척추질환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병원으로 이송됐다.

영상의학과 팀에서 박 씨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보니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가슴부위가 운전대와 부딪혀 여러 개의 갈비뼈가 부러진 것 외에도 추돌 충격으로 목 부위가 운전대와 부딪히면서 꺾여 목 디스크가 크게 파열돼 있었다. 척추신경도 심하게 손상됐다.

수술을 담당할 척추신경외과 구성욱 교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박 씨의 생명을 위협하는 디스크가 척추신경에 너무 깊게 파고들어 이를 다 제거하다 자칫 더 큰 합병증이 생길 수 있었다. 미세 현미경 수술의 ‘달인’인 구 교수는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수술실로 향했다. 구 교수는 6시간에 걸쳐 미세 현미경 수술기를 통해 박 씨의 척추신경을 누르고 있던 디스크를 하나하나 제거하고 어긋난 목뼈를 바로잡아 고정하는 대수술을 했다.

수술이 끝나자 재활의학과 치료팀이 나섰다.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는 박 씨의 호흡근육을 살려 스스로 호흡을 가능케 하는 ‘호흡재활’ 치료를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강 교수는 국내에 처음으로 호흡재활을 도입한 인물이다.

그 후 6개월이 지났다. 박 씨는 스스로 호흡도 할 수 있고 이젠 약하게나마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단계까지 회복됐다.

박 씨가 새벽 수술에 이어 재활 치료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선 유일하게 구축된 24시간 전문 교수진의 척추외상 응급진료 시스템 덕분이다. 협력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사이에는 핫라인이 구축돼 있어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 각종 척추손상 환자가 생기면 양 병원의 의료진 사이에 즉각적인 소통을 통해 전문적인 진료와 수술이 가능하다. 물론 각과의 협력도 한몫했다.

이 척추병원은 1991년 대학병원 최초의 척추질환 전문센터인 ‘신경외과 척추센터’에서 출발했다. 2005년에 이르러 국내 유일의 대학병원 부속 척추병원으로 확대됐다. 현재 척추신경외과, 척추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25명의 전문의가 상주해 국내 척추질환의 표준적인 치료 개발과 난치성 척추질환 치료 분야를 이끌고 있다.

○ 수술환자 40%는 타 병원 의뢰환자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모두 7만2713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했고, 2753건의 수술을 진행했다. 외래 진료환자의 약 50%, 수술환자의 40% 이상이 다른 척추전문병원 및 대학병원에서 의뢰받은 환자들이다. 특히 목뼈의 딱딱해진 인대가 척추를 누르는 후종인대 골화증과 척추종양 및 척추기형 등 난치성 척추질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치료의 희망을 잡을 수 있었던 ‘척추질환 4차 병원’인 셈이다.

대학생인 김태우(가명·24) 씨는 척추가 심하게 휘어진 척추기형으로 폐가 압박돼 폐 성장은 물론이고 호흡조차 힘들어했다. 이러한 김 씨를 위해 척추정형외과는 고난도의 척추 교정술로 휘어진 척추를 최대한 바로잡아 김 씨가 휠체어에 앉아 있도록 했다.

또 재활의학과는 약해진 호흡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호흡재활치료를 통해 인공호흡기 없이 김 씨가 바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의료진의 노력 덕분에 현재 김 씨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강남세브란스 척추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는 호흡 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절반 이하인 루게릭병이나 근육병 등의 신경근육계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겪는 중증의 척추측만증 및 후만증 수술을 많이 한다. 이들 난치성 척추수술 중엔 재활의학과 의료진이 들어와 ‘수술 중 신경생리검사’를 실시한다. 이 검사는 수술 환자의 운동신경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것으로 수술 중 신경 손상에 의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내에선 처음 도입됐다.

김학선 척추병원장은 “입원 환자의 5∼10%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한 자리가 감염이 돼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서 “재수술을 받으면 장기간 입원에 따른 고생이 크므로 수술을 받을 땐 2, 3곳의 병원을 다니며 살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또 허리 통증이 갑자기 생겼을 때는 허리도 감기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고 1, 2주는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대개 디스크가 튀어나와도 자연히 흡수돼 저절로 낫는 경우가 20∼30% 되므로 4주 정도는 지켜보고 수술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 예방에서 재활까지 원스톱

대학병원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 건강강좌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강남세브란스 요통 및 관절염 학교’는 올해가 27년째다. 매주 진행되는 이 행사에 지금까지 참여한 일반 시민은 5만여 명에 이른다. 말로만 허리 건강을 강조해서는 환자들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직접 허리 건강강좌를 통해 허리에 좋은 운동을 가르치기도 한다.

박윤길 재활의학과 교수는 “단순히 윗몸일으키기 운동만 한다 해서 허리 근육이 탄탄해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평소 윗몸일으키기 외에도 누운 자세에서 배를 집어넣고 양손을 쭉 뻗어 무릎 당기기나 벽에 기대어 배를 안으로 집어넣고 무릎을 굽혔다 펴는 다양한 허리근육 강화운동을 병행해야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건강강좌를 열다 보면 디스크 환자들이 내시경 수술이 좋은지 아니면 기존 방법이 좋은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무래도 덜 째고 들어가는 내시경의 경우엔 상처가 적고 입원기간이 줄지만 수술할 때 시야가 제한돼 상대적으로 재발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강남세브란스#척추병원#척추신경#미세 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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