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여성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3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고 1년간 병원에 다녔다. 요즘은 나름대로 체중을 조절하고 식사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혈당을 조절했는데 피로감이 심하고 몸이 붓는 등 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 찾아왔다고 했다. 검사 결과 혈당의 변화 폭이 컸고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검출됐다. 특히 신장(콩팥) 기능이 40%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일시적인 혈당수치에 만족하고 합병증 예방에 신경 쓰지 못해 증상이 나빠진 안타까운 경우였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와 작용에 이상이 생겨 포도당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며 온 몸의 크고 작은 혈관에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합병증의 경우 심각한 장기 및 혈관 손상이 있기 전까지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우리 몸에서 ‘정수기’ 역할을 하는 신장은 당뇨 합병증이 조용히 생기는 대표적인 장기다. 신장에는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어내는 사구체가 있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고혈당의 혈액이 통과하므로 신장기능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린다.
신장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심각한 정도에 이르기 전까지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다. 예후 또한 좋지 않다. 당뇨병을 앓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9.9%로 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45.9%)보다 낮다.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2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일 정도로 많다. 신장기능이 떨어지면 뇌중풍 및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질환이 돌연사로 이어지는 당뇨합병증의 발병률이 크게 높아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혈당의 관리만큼 신장기능을 지속적이고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모든 당뇨병 환자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신장기능이 저하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당장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신장 질환을 앓은 사람이 가족 중에 있거나 신장 관련 질환을 앓았던 적이 있다면 의사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당뇨병 치료 약제 사용도 한번 점검해야 한다. 기존 혈당강하 치료제 중 일부는 신장을 통해 배출돼 신장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는 기본적으로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고혈당 및 고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 외의 위험인자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혈당수치는 물론이고 당뇨병으로 인해 생길지 모를 몸의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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