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학교폭력의 해결책은 무엇보다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과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가 아닐까요?
A. 학교폭력은 가해자 처벌, 피해학생 보호라는 이분법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최근 학교폭력은 은밀하고 잔인한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피해학생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교폭력 관련 아동들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도외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국의 중고교생 336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의 경우 자살생각, 우울, 불안, 공격성 등 정신건강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빈도는 일반 학생에 비해 세 배가량 높아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 폭력과 관련된 정신건강의 문제를 외면하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야 할 아이들이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 이는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까지 이어져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 폭력 대처 과정에서는 관련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이자 이제 곧 중3이 되는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만나게 될 세상은 과연 어떤 곳일까 늘 걱정하고 궁금해합니다.
2012년 6월 현재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왕따’와 폭력으로 학교가 신음하고, 취업난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어두운 현실에 대한 불안과 무력감이 먹구름처럼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지만 자라는 아이에게는 밝은 태양의 빛줄기를 비춰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소망입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로서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소아청소년기는 정서, 인지, 행동 모든 면에서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이런 발달기에 우울, 불안, 마음의 상처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적절히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기 힘듭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아이와 부모가 자연스럽고 편하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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