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마법 같은 기술인 ‘순간이동(teleportation)’이 정말로 가능해질까. 스타트렉 같은 공상과학(SF) 영화나 게임에 주로 등장하는 순간이동 기술과 관련해 최근 중국과 유럽 연구진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과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아직 영화나 게임에서처럼 사람을 보내지는 못한다. ‘양자’를 얼마나 멀리 보내는가에 대한 경쟁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인공위성과 지상국 사이의 통신 보안 기술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상에서 10km면 우주공간에서는 수천 km 원격전송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기술대 연구진은 지난달 9일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 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에 “양자 하나를 97km 떨어진 곳에 순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17일에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구진이 아카이브에 “카나리아 제도 섬들 중 143km 떨어진 라팔마와 테네리페 사이에 양자를 순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중국팀의 기록을 8일 만에 갈아치웠다.
양자를 순간이동시켰다는 것은 양자의 ‘상태’를 원격으로 전송했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순간이동을 실현하는 ‘양자 원격전송’은 1997년 오스트리아 빈대 안톤 자일링거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에 143km를 성공시킨 주인공도 자일링거 교수팀이다. 이후 이 분야는 세계 최고의 핵과학 연구소인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자일링거 교수 등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중국이 두각을 드러낸 것은 최근의 일이다. 중국 연구진은 2010년 양자 원격전송을 16km 거리에서 성공시킨 지 2년 만인 올해 그 거리를 97km로 늘렸다. 양자 원격전송이 위성 통신 보안 등 국방 기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가 5, 6년 전부터 이 분야에 연구비를 대거 투입했기 때문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양자 원격전송을 이용하면 인공위성과의 통신에 양자암호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양자암호 기술은 도청이 절대로 불가능한 통신 보안 기술인 만큼 해킹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위스 제네바 주정부는 투표 결과 조작을 막기 위해 전자투표 시스템에 양자암호를 채택해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상에서 양자를 10km 정도 원격전송하면 우주 공간에서는 수천 km를 이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주 공간에는 대기가 없어 양자 상태가 흔들릴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양자를 지상에서 143km 거리로 원격전송했다는 것은 지구에서 3만6000km 떨어진 정지궤도 위성과의 통신에도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몸무게 100kg 한 사람 순간이동에 3억 년이나 걸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영화 ‘스타트렉’에서처럼 사람을 순간이동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을 원격전송하려면 다른 장소에 사람의 ‘쌍둥이’를 만들어야 하는데, 광자나 원자처럼 간단한 입자는 쌍둥이를 만들기가 쉬운 편이지만 사람은 사실상 어렵다. 사람 몸은 약 1028개의 원자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 원자의 상태를 모두 원격전송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몸무게 100kg인 사람의 정보를 전송하려면 현재 기술로 3억 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자일링거 교수도 양자 원격전송 실험에 처음 성공한 뒤 BBC TV가 실험실을 찾아와 드라이버를 순간이동시켜 달라고 주문했다는 일화를 밝히며 “원격전송이 가능한 대상은 정보의 상태이지 물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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