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이용해 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학외교’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민동필 외교통상부 과학기술협력대사(65·사진)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외교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격을 높이고 ‘소프트파워’를 신장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 대사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13개를 관장하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 전반에 걸쳐 지식과 경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해 정부의 외교활동을 지원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지난해 12월 29일 과학기술협력대사로 임명됐다.
현재 민 대사를 포함해 체육협력대사 경제통상대사 등 5명이 대외직명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외직명대사는 전문성과 인지도를 겸비한 인사를 위촉해 정부의 외교활동을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가 대외직명대사로 과학기술협력대사를 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과학기술협력대사로 임명된 뒤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183개국이 참석하는 유엔 환경회의인 ‘리우+20’ 정상회의.
리우+20 정상회의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끌어낸 리우선언 20년을 맞아 20∼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 민 대사는 “리우+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여러 내용 가운데 과학기술과 관련한 세 가지 항목을 외교부가 발의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11일부터 5일간 열리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과학기술혁신포럼’에서 한국이 단독 세션을 운영할 수 있도록 애썼다. 이 세션은 ‘기술 이전 플랫폼을 만들자’라는 주제로 열리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극지연구소 등 국내 전문가 7명이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민 대사는 주최국인 브라질 과학기술장관 등 장관급 패널 8명이 참석하는 과학기술혁신포럼에 패널로도 참석한다.
민 대사는 임기 동안 선진국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알려 막 출범한 과학벨트에 힘을 보탤 구상도 하고 있다. 그는 과학벨트의 ‘전신’에 해당하는 ‘은하도시포럼’을 만들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았다. 그는 “대사로 임명될 당시 과학벨트에 외국의 유능한 인재를 불러오는 데 많은 역할을 해 달라는 게 대통령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과학벨트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이 1차로 연구단장 10명을 선정하고 하반기 10여 명을 추가로 선정할 방침에 대해서는 “천천히 가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민 대사는 “최근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 등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져 연구자의 자율성을 강조하기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퇴장’ 당할 수 있는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는 연구자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기초과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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