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올라온 이 기사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에 대한 각 게시판의 댓글에는 한국 과학교과서 출판사들의 결정에 대한 놀라움이 주를 이뤘다.
2009년 기독교계 단체인 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를 통합한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각각 시조새와 말의 진화와 관련된 교과서가 틀렸다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수신처로 ‘개정 청원서’를 보냈다.
그러나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생물학 관련 과학기술자 회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474명의 86%는 출판사들이 시조새 내용을 삭제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은 ‘문제다’라고 답했다. 진화론이 과학교과서에 포함돼야 한다는 답변도 86%로, 삭제돼야 한다는 의견(11%)을 압도했다.
또 이런 요청이 접수됐을 때는 교과부가 검증 절차를 주도적으로 감독해야 하며(76%), 수정·보완 요청이 있을 경우는 관련 학회나 전문가 집단이 검증에 참여해야 한다(72%)고 주문하기도 했다.
○ 시조새는 많은 원시조류 가운데 하나
시조새 화석은 1861년 독일 바바리아 지역 쥐라기 지층에서 처음 발견됐다. 약 1억500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까마귀만 한 크기의 시조새는 이빨이 있고 긴 꼬리뼈에 앞발톱이 세 개가 있어, 두 다리로 걷는 육식형 수각류(獸脚類) 공룡에 가까웠지만 새처럼 온몸이 깃털로 덮여 있었다. 이 때문에 1868년 영국 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는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논란이 됐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지지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했고, 시조새는 진화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수각류 공룡과 현생 조류의 중간적 특징을 갖는 화석들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진화의 상징이던 시조새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네이처’에는 시조새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오히려 500만 년 정도 더 앞선 지층에서 발견된 조류 화석인 ‘샤오팅기아’가 공개됐다. 연구자들은 “이들 화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시조새는 새보다는 공룡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시조새는 공룡과 조류를 잇는 중간 단계가 아니어서 진화의 증거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진화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고생물학회 허민 회장(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수각류 공룡에서 조류가 진화해 나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종의 생물이 나타나고 사라졌을 것”이라며 “시조새는 그중 가장 원시적인 종의 하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시조새가 현생 조류의 직계조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시조새를 포함한 여러 원시조류 화석들을 펼쳐놓고 보면 수각류 공룡에서 현생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1990년대 새로 쓰인 말의 진화
‘말(馬)의 진화’ 문제는 진화론의 결함이 아니라 현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화되면서 생긴 것이다. 현재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말은 5500만 년 전 개 크기의 동물인 ‘하이라코테리움’에서 단순히 몇 단계를 거쳐 곧바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화가 진행됐다는 화석 증거가 쏟아져 나와, 학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말의 진화에 대해서 새롭게 이론을 정립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내용을 기술한 교과서를 갖고 말의 진화가 상상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진화론 전문가인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는 “말의 진화도 새의 진화처럼 오랜 기간을 거쳐 수많은 종이 생겨나고 사라지면서 이뤄졌다”며 “발견된 화석은 그 가운데 일부이지만 이를 통해서도 말의 진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의 형태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 종이 진화상 어디에 있는지를 판단한다”며 “교진추의 주장은 생명의 나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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