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는 30대 후반 여성 김모 씨는 참을 수 없는 갑작스러운 소변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불현듯 찾아오는 요의(尿意) 때문에 사무실에서도 출입문이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회의나 발표처럼 중요한 자리가 있으면 더 자주 화장실을 찾는다. 불안한 증세 때문에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걱정이 앞선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김 씨처럼 과민성 방광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는 18세 이상 성인 남녀의 12.2%를 차지한다. 이 증세의 원인은 스트레스 노화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인데,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 이후 폐경과 갱년기 등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는 여성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하루 8번 이상 소변을 보는 빈뇨, 소변이 급하고 참을 수 없게 마려운 절박뇨, 자는 동안에도 소변을 보기 위해 2번 이상 일어나는 야간빈뇨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소변 보는 문제로 불편을 느낄 정도라면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 방광염과 혼동하기 쉬운 증세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배뇨에 문제가 생기면 방광염이라고 자가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은 비슷한 듯해도 과민성 방광과 방광염은 원인과 치료법이 다르다. 방광염은 방광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질환이다. 과민성 방광과 달리 소변을 눌 때 요도나 아랫배가 아프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며 소변 검사를 하면 세균이 발견된다.
반면 과민성 방광의 경우 세균이 발견되지 않으며 항생제 투여로 치료되지 않는다. 과민성 방광을 방광염으로 오인해 잘못된 치료 방법을 택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문제다. 언제 느껴질지 모르는 요의로 인해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수치심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우울증 발병 빈도가 높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는 “많은 환자가 과민성 방광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인식을 하더라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무작정 참을 경우 만성 방광질환이 될 위험이 있으므로 조기에 적극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생활습관 개선이 증상 완화의 첫걸음
과민성 방광은 스트레스나 생활 습관을 고치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 등 카페인 음료나 탄산음료는 방광을 자극하므로 덜 먹도록 하고, 방광 자극을 줄이는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물 마시는 것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요의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물을 최대한 자주 나눠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또 밤에 잠들기 1, 2시간 전에는 물을 마시지 않는 것도 야간빈뇨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과민성 방광 환자의 경우 의도적으로 수분 섭취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오히려 소변의 농도가 높아져 방광이 더 자극된다.
○ 방광 진정에 효과적인 호박씨와 대두 추출물
방광에 좋은 음식으로는 호박과 콩 등이 있다. 호박은 전통적으로 배뇨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호박은 크게 동양계 호박, 서양계 호박, 폐포계 호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색동호박’이라고도 불리는 폐포계 호박은 현재 유럽, 특히 독일에서 많이 재배돼 독일호박이라는 별칭이 붙은 종이다. 폐포계 호박씨에는 방광의 내압을 줄여주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해 섭취하면 배뇨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과민성 방광 환자에게 폐포계 호박씨를 약용으로 처방해 왔다.
대두 배아에 함유된 다이드진, 제니스틴, 글리시틴과 같은 이소플라본 성분도 방광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해 배뇨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와 산부인과 공동 연구팀이 과민성 방광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호박씨와 대두배아 추출물의 투여 효과를 연구한 결과 섭취 12주 후 일일 평균 배뇨 횟수와 야간배뇨, 절박뇨 횟수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식약청에서 배뇨 기능 개선 효과를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이 나오고 있다.
심 교수는 “과민성 방광은 평소 습관을 통해 조절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적절한 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며 “평소 식습관 개선과 함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배뇨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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