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6시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 e스포츠 경기장. 400명(좌석 120석 포함)이 들어갈 수 있는 경기장이지만 이날 의자를 모두 치워서 15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유명 컴퓨터게임인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러 온 ‘스타리그’ 팬. 이들 사이사이로 ‘스타리그는 끝이 아니다’란 글귀의 플래카드를 든 대학생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날 관중이 몰린 것은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타리그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다음달 4일 서울 송파구 잠살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끝으로 스타리그가 끝난다는 소식에 특히 30대 관중이 많이 찾아왔다. 인원제한에 걸려 발길을 돌리던 회사원 김정배 씨(31)는 “20대의 아련한 추억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스타리그는 1999년부터 한국에 게임 열풍을 몰고온 주역이었다. 스타리그 종목인 스타크래프트는 국내에서만 게임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 수준인 450만 장이 팔렸다. ‘e스포츠’라는 새로운 스포츠 장르가 등장하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겼다. 공군에 게임특기병도 생겼다. 임요환 선수(32) 등은 프로게임 구단에서 억대 연봉을 받았다. 2006년 초등학생 설문조사에서 프로게이머가 장래 희망 직업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량 보급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삼삼오오 팀을 짜 게임하던 예전과 달리 ‘나 홀로 게임’이 늘면서 팀 단위 게임 위주인 스타크래프트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집단으로 모여 놀이를 해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는 SNS 커뮤니티 활동만으로도 ‘나만의 집단’을 구축할 수 있어 굳이 집단으로 하는 놀이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 젊은이들의 세태가 반영된 것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요즘엔 개인별로 관계 맺기를 하다 보니 팀을 꾸려 놀이를 즐기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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