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정형외과병원 의료진이 관절내시경 수술을 하고 있다. 연골이 파열됐을 때 관절내시경을 통해 시술받으면 절개한 부위가 작아 빠르게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충남 논산시에 사는 장모 씨(58·여)는 얼마 전 갑자기 무릎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무릎 중간에 위치한 반달 모양의 물렁뼈인 ‘반월상연골’이 파열됐다고 진단했다. 장 씨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격렬한 운동을 한 적도, 무릎을 다친 적도 없었다. 장 씨의 무릎 연골은 왜 파열됐을까.
의사의 설명은 이랬다. 장 씨는 관절의 노화가 본격화되는 50대 후반이다.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서기만 해도 관절에 충격이 갈 수 있다. 이런 일상적인 동작이라도 누적되면 무릎 연골이 파열된다. 장 씨는 그제야 원인을 알게 됐다. 평소에 딸기 농사를 짓느라 자주 쪼그려 앉아 일한 결과다.
○ 다치지 않아도 연골 파열될 수 있어
대개 젊은층은 바깥 활동을 하다가 무릎에 충격을 받아 반월상연골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중장년 이후의 연령층은 다르다. 장 씨처럼 특별히 운동을 하거나 무릎을 다치지 않고서도 연골이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노화의 영향이다.
반월상연골은 무릎의 안쪽과 바깥쪽에 각각 존재한다. 무릎 위에 있는 뼈의 무게를 무릎 아래쪽에 전달한다.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며 완충 역할을 해준다. 이 연골은 관절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관절이 움직일 때 생기는 마찰도 최소화한다. 무릎 관절염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월상연골은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손상될 위험이 항상 있으니까 조심해야 한다. 연골이 마모되면서 동시에 파열되는 현상은 45∼60세에 많이 일어난다. 젊은 시절에 특별한 사고나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어도 발생한다.
여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무릎 관절이 남성에 비해 작고 약할 뿐 아니라 쪼그려 앉아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폐경 후에는 연골 손상이 더 빨라진다. 연골에 함유된 단백질을 구성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든다.
실제로 연골 파열 환자 중에는 여성이 많다. 척추관절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제일정형외과병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무릎 반월상연골 파열로 관절내시경 수술을 받은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이 67%를 차지했다.
○ 연골 파열되면 검사와 치료 서둘러야
반월상연골 파열은 자칫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손상된 채로 장시간 방치하면 관절 연골이 추가로 손상을 입는다. 작은 통증이라도 증상이 반복되면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정밀 검사를 받고 치료를 서둘러야 퇴행성관절염을 방지할 수 있다.
조재현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은 “50대 이후 연령층은 작은 충격에도 연골이 찢어지는 등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본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연골이 손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골 파열도 증상으로 예측해볼 순 있다. 이유도 없이 오금이 땅기거나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날 때 힘이 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갑자기 걷기가 불편해지고 무릎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어떤 환자는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이런 증상이 생긴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연골이 파열됐는지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관절내시경을 통해 할 수 있다. 관절내시경은 관절 속을 직접 관찰해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치료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절내시경은 무릎에 5mm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서 시행한다. 손상된 부위를 내시경을 통해 확인하고 찢어진 연골 부위를 봉합하거나 절제하는 방법이다. 연골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연골 조각이나 뼛조각을 제거하기도 한다.
관절내시경은 전신마취를 할 필요가 없다. 척추 부분을 마취한 후 작게 절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출혈도 거의 없다. 수술시간도 30분 정도면 되고 2, 3일만 입원하면 된다. 수술 후 빠르게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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