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정신질환자에 보험 문턱 낮추고 보험사의 의사 의무채용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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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한국생명보험의학회 회장
김용은 한국생명보험의학회 회장
보건복지부가 최근 정신질환자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일반인의 정신건강의학과 서비스 접근을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의학을 전공한 필자가 이 대책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대목은 ‘가벼운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의 환자를 정신질환자 범위에서 제외한다’였다.

이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보인다. 간혹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보면 질환의 중증도에 대한 고려 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단 한 차례 받았다는 이유로 민간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정신질환이 아닌 다른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은 것만으로도 가입 자체를 거부당한 사례도 있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근거 없이 정신질환자의 가입을 차별하는 것인데, 이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영리가 목적인 민간보험이 이들을 적극 배려할 의무는 없다. 정신질환자를 신체질환자보다 더 우대해야 한다거나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 무조건 가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도 무리가 있다.

정신질환자 중에서 특히 우울증 환자는 심장질환자나 폐질환자 같은 신체질환자와 비교할 때 자살 위험이 훨씬 높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민간보험사가 우울증 환자의 가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민간보험회사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일부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언제까지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 문제를 방치할 수만은 없다. 합의점을 찾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영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먼저 정신질환자를 진료한 병의원이 발행하는 보험사 제출용 진단서에 환자의 질병정보를 더욱 자세히 담아야 한다. 가벼운 우울증인지, 자살시도 경력이 있는지가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아 민간보험회사가 환자의 보험 가입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가 어렵다.

현행법에 따르면 민간보험에 가입한 뒤 2년이 지나면 가입자가 자살해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회사들은 보험 가입 기준을 외국에 비해 다소 엄격하게 매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 경과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많아지면 장기적으로는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 문턱이 오히려 낮아질 것이다.

민간보험회사들의 의무 또한 강화돼야 한다. 앞으로는 민간보험회사들이 의사들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의사들의 연구 활동이 환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 보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우수한 의료인력 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1위다. ‘당신의 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김용은 한국생명보험의학회 회장
#정신질환자#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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