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실험 시설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개발에 매달리는 인원은 현재 43명.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은 올해 인력을 72명으로 늘리고 가속기가 완공되는 2017년에는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내 가속기 전문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43명은 사업단의 정예요원이다. 특히 중이온가속기 하나만 보고 미국 독일 일본 등 오랫동안 몸담았던 해외 가속기연구소를 떠나 사업단에 합류한 한국인 박사들은 ‘일당백’ 몫을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사업단의 ‘맏형’ 전동오 가속기부장은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버리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1988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서 중성자빔을 만들어내는 가속기인 ‘SNS’의 설계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던 내로라하는 전문가다. SNS는 미국 정부가 14억 달러(약 1조5800억 원)를 들여 2006년에 건설을 끝낸 선형 양성자가속기로 세계 최고의 중성자빔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 부장이 24년 만에 귀국을 결심한 것은 이번 중이온가속기 건설이야말로 놓치면 안 되는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 유학을 떠날 당시 우리나라에는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이 한창이었다. 당시 포스텍 남궁원 교수는 전 부장에게 “당신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국내 가속기 건설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언제 또 해보겠느냐는 의미였다. 전 부장은 “SNS 경험을 토대로 중이온가속기 건설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중이온연구소(GSI) 출신인 김영진 박사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후보자 당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GSI를 방문하며 과학벨트의 밑그림을 그렸다. 김 박사는 “이 대통령이 GSI를 둘러보고 매우 흡족해했던 기억이 있다”며 “중이온가속기 건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사업단 합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에 근무했던 윤종철 박사는 “이화학연구소가 기존의 중이온가속기를 ‘RIBF’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면서 “우리나라도 중이온가속기를 새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한국행을 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업단은 ‘KoRIA’로 불리던 중이온가속기 명칭을 ‘RISP(Rare Isotope Science Project)’로 바꾸고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2년여간 끌어오던 가속기 개념설계를 마무리하고 7월 상세설계에 들어갔다.
사업단은 7일 세계적인 가속기연구소인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 공동연구센터를 열고 가속기 전문 인력 양성과 교류 등을 시작했다. 김선기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은 “유럽 일본 등 세계적 가속기연구소와의 교류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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