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러운 게임 속 복장에 진하게 화장한 사람들이 100m 넘는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16일(현지 시간) 10시 독일 쾰른 ‘게임스컴 2012’ 행사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장사진에 지칠 법도 하지만 모두 웃는 표정으로 게임쇼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행사장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 프랑크푸르트에서 왔다는 토니 모리스 씨(27)는 “새벽부터 줄을 섰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 빨리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글로벌 게이머들의 축제인 게임스컴이 15일 개막해 1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게임산업이 블록버스터급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양강(兩强)체제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 콘솔 지고 모바일 뜨고
이번 전시회는 퇴조하는 콘솔게임의 위상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형 콘솔게임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가 게임스컴에 불참했고 단일 게임으로 최대 규모의 부스를 연 ‘콜오브듀티: 블랙옵스2’를 제외하고는 콘솔게임업체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반면 모바일게임은 올해 게임스컴의 대세였다. 게임스컴을 주최한 쾰른메세는 처음으로 행사가 진행된 5개홀 가운데 한 곳을 아예 모바일게임용으로 배정했다. 마르쿠스 쾰른메세 부사장은 “한 홀을 모두 모바일게임에 할애한 것은 해당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올해 신규 참가업체 60여 곳 가운데 75% 이상이 모바일업체였다. 현장에서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전통적으로 콘솔게임이 강세를 보였던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조차 점점 모바일게임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모바일게임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게임사인 스퀘어에닉스는 여기서 세계적 히트작인 ‘파이널 판타지’의 모바일 버전인 ‘파이널 판타지 디멘션즈’를 공개했다. 또 다른 일본 모바일 소셜게임사인 그리(Gree)는 캐주얼 레이싱게임 ‘웨키 모터스’ 등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인크로스가 글로벌 모바일게임 브랜드인 ‘이앱스게임즈’를 앞세워 유럽시장을 노크했다.
○ 더해가는 블록버스터급 온라인게임 인기
모바일게임과 함께 블록버스터급 온라인게임도 강세였다. 특히 올해 유럽 최고 기대작인 독일 워게이밍의 비행 시뮬레이션 온라인게임 ‘월드오브플레인’ 부스에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렸다. 유럽에서 ‘대박’을 터뜨린 게임으로 꼽히는 ‘월드오브탱크’에 이은 전쟁 게임으로, 전작에 비해 인터페이스 기능이 강화됐다.
월드오브플레인 부스를 찾은 루카스 막시밀리안 씨(34)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실전 같은 그래픽,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에 더해 다양한 기술과 전략을 활용할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로 많은 한국 팬을 보유한 미국의 블리자드도 게임스컴의 주인공 중 하나다.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 ‘판다리아의 안개’ 동영상과 스타크래프트2 확장팩 ‘군담의 심장’에 대한 정보도 공개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게임으로는 엔씨소프트가 28일 북미와 유럽에서 정식 출시할 ‘길드워2’가 아마존 사전 주문 차트에서 1위에 뽑히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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