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가까이 맑은 날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국이 흠뻑 젖었다. 여기에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까지 예고돼 다음 주도 눅눅한 날씨가 계속될 듯싶다.
흔히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내리는 비를 여름장마라고 하며 7월 말이나 입추를 전후로 해서 9월까지 내리는 비를 가을장마라고 한다. 지난달 17일 여름장마가 끝나고 20여 일 만에 시작된 올 가을장마는 폭염을 몰아냈다.
더위를 쫓아낸 가을장마지만 통계적으로 가을장마는 강한 돌풍과 집중호우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인명·재산상 피해를 가져온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기상청이 꼽은 10대 집중호우 중 6개는 여름장마가 끝난 뒤 발생했다.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를 일으켰던 집중호우도 장마가 끝난 뒤인 7월 26∼28일에 일어났고, 서울 광화문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었던 2010년 집중호우도 9월 21일에 생겼다.
가을장마가 무서운 이유는 여름장마와 발생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름장마는 성질이 다른 두 기단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면서 비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내린다. 그러나 가을장마는 전선이 만들어지지 않고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난 지점에서만 집중적으로 내린다. 여기에 따뜻하고 습한 수증기가 하층제트기류를 타고 시속 10∼12.5km로 유입되면 비구름은 더 빨리 만들어진다.
기상청 김성묵 예보분석관은 “국지성 호우가 잦은 가을장마 때는 조그만 구름이 만들어져 비구름이 될 정도로 커지는 데 1,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가을장마가 최근 생긴 현상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1967년부터 나타났다. 문제는 최근 지구온난화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하경자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대기 하층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했다”며 “바다보다 더 뜨거워진 육지는 대기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호우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기상연구소는 현재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줄이지 않으면 이번 세기말에 집중호우 발생일수는 현재 연평균 3.1일에서 4.4일로 늘고, 폭우 기준도 현재 144mm에서 세기 말에는 210mm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 광화문 침수를 일으킨 집중호우의 양이 259.5mm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21세기 말이 되면 광화문이나 강남 등지의 도심 침수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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