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대책이 무수히 나왔지만 작정하고 달려드는 사람을 무슨 수로 막습니까. 사람을 욕구 충족 대상이 아닌 인격체로 보게 하는 교육의 힘이 절실하죠. 학교에서 제대로 성교육 받은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여덟 살 난 딸 나영이(가명)가 조두순에게 성폭행 당하는 참극을 겪은 아버지는 의외의 성범죄 해법을 내놨다. 그는 최근 전남 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 등 잇따르는 성범죄와 관련해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결국 올바른 성교육이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고 있을까? 남녀 신체 차이, 임신, 출산 등 생물학적 설명에만 치중한 채 성관계가 남녀 간의 사랑과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임을 가르치는 데는 소홀한 게 아닐까?
동아일보는 5일 서울시내 초중고생 28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남자 고교생(100명)의 38%가 ‘성욕을 강제로라도 해소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체 조사 대상에서는 28.4%가 그런 대답을 했다.
‘성교육 담당 교사가 권한 성욕 해소 방법이 효과가 있었나’라는 질문엔 그렇다(‘매우 그렇다’ 포함)라고 답한 학생은 23.5%에 불과했다. 남자 고교생 가운데 40%가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교 성교육의 내용 가운데 성범죄 예방 등 실질적 내용은 미미했다. 남녀 신체 차이, 임신, 출산 등 생물학적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성교육이 성범죄 예방과 남녀 간 바람직한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청소년교육복지학과 교수는 “성교육이 남녀 간 생물학적 차이만 나열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범죄를 정당화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언행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학교 성교육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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