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인 ‘이명(耳鳴)’을 풀이하면 ‘귀울음’이다. 한의학에서는 왜 이 증상을 귀소리라고 하지 않고 귀의 울음이라고 표현할까.
울음은 심신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표현한다. 이명 또한 울음처럼 사람에게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를 준다는 의미가 이름에 담겨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면서 흥분되고 귀에 열을 받는다. 본래 귀는 차갑다. 사람들은 보통 손이 뜨거워지면 귓불을 만지면서 식힌다. 귀가 더워진다는 것은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동의보감에도 귀울음 조문이 있다. 이 조문에선 귀울음을 ‘간담이 열을 받으면 기가 치밀어 오르면서 귓속에서 소리가 난다’고 표현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선조의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 조선 최고의 침의(鍼醫)인 허임이 침을 놓았다고 전하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기가 귀에 집중되면 손발에 침을 놓아 손발 끝으로 기를 분산했다는 것이다. 기의 균형을 맞춰 귀울음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선조를 치료한 허임의 침법은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침법이 한 번 찌르는 것인 반면 허임의 침법은 세 번에 걸쳐 찌르면서 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허임의 기술은 ‘천지인(天地人) 침법’이라고 불린다. 깊이에 따라 상·중·하로 찌르고 빼는 과정이 하늘과 땅과 사람에게서 기를 얻고 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귀에 집중된 열을 식히고 기를 흩어줌으로써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 붙이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이명에 붙이는 약은 ‘투관통기약’이다. 막힌 것을 열어주고 기를 통하게 하는 약이라는 뜻이다. 사향과 지룡, 용뇌가 대표적인 약재다.
이명은 육체적으로는 신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정통 한의학은 신장과 부신이 일치한다고 보는데, 부신의 기능이 떨어지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이명도 심해진다. 얼굴이나 다리가 잘 붓고 이마, 얼굴, 몸에 검은 점이 생기는 데다 주위에서도 혈색이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또 참을성이 없고 화를 많이 내게 된다. 배고픔을 참기도 힘들어지고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거나 감기에 걸리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처럼 부신의 기능이 떨어져 발생한 이명엔 송진, 석창포 등의 약물을 귀에 솜으로 감싸 치료하는 게 보통이다.
스트레스와 피로는 귀에 울음을 유발하는 가장 근원적인 원인이다. 한의학은 단순히 이명의 증상을 해소하는 데만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발병 원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체적인 건강도 회복하고 이명도 낫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갑산한의원은 이런 문헌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패치 처방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스트레스 이명에는 사향과 지룡 등의 약물이 들어간 청음고(淸音膏), 신장 기능이 약화돼 생긴 이명에는 보신고(補腎膏)가 적합하다. 갱년기 장애로 인한 이명에는 청음고와 장원고(狀元膏)를 함께 쓴다. 장원고는 배에 붙여 원기를 돋우는 배꼽 패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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