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올린 한가위 차례상. 형형색색의 과일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올해는 잇단 태풍으로 인해 과일 값이 올라 풍성하게 먹기는 어려울 듯싶다. 그렇지만 있는 과일을 훨씬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혀의 착각’을 이용하거나 과일 고유의 당분을 살짝 조작하면 된다.
○ 떫은 감, 때려라
추석하면 생각나는 과일이 바로 감이다. 문제는 여전히 떫은 감이 많다는 것. 감의 떫은맛을 없애고 달짝지근하게 먹을 수는 없을까.
과일의 당도는 과육에 있는 전분이 당으로 바뀌면서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에틸렌’이란 식물 호르몬이다. 덜 익은 단단한 감도 시간이 지날수록 에틸렌이 분비되면서 떫은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올라온다. 에틸렌이 많이 분비될수록 감은 달게 되는데, 감에 충격을 주면 더 많은 에틸렌이 분비된다. 적당히 때리면 달달한 감이 된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조미애 박사는 “과일이 본래 가지는 당도는 때리거나 충격을 줘도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전분이 당으로 덜 바뀌었을 때는 에틸렌이 숙성을 빠르게 도와주기 때문에 때리면 처음보다 달게 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배, 소금 찍어라
나이 드신 분들은 ‘수박이 달지 않을 때 소금을 뿌려 먹었다’는 말을 하곤 한다. 단 과일에 소금을 치면 단맛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혀의 착각 현상을 이용해 덜 단 과일에 소금을 살짝만 뿌려도 단맛을 훨씬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 중에서 수박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은 바로 배. 배에 소금을 찍으면 수분에 녹아든 소금이 단맛을 더욱 부각시켜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 사과, 구워라
추석 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과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의외로 구우면 당도가 높아진다. 구운 과일이 더 달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일에 열을 가할 때 복잡한 분자구조가 단순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구우면 단맛은 물론이고 부가적으로 부드러운 식감까지 느낄 수 있다. 설탕처럼 분자구조가 복잡한 다당은 열을 받으면 단순한 형태인 단당으로 분해된다. 단당으로 분해된 당은 우리 몸에 흡수가 빠른 형태로 바뀌기 때문에 더 달게 느껴진다.
과학동아 10월호에서는 ‘과학으로 먹는 맛있는 과일’을 비롯해 ‘2030 미래무기열전’ ‘나로호의 마지막 도전’ 등의 심층 기사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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