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으로 인해 몇 시간씩 도로에 묶여 있는 것도 괴로운데, 여기에 멀미까지 생기면 즐거워야 할 귀성길은 순식간에 고생길로 변한다.
멀미를 할 때는 구토, 졸림, 불규칙한 호흡, 땀 흘림, 두통, 어지럼증, 입술 마름 같은 증상들이 함께 나타난다. 일단 멀미를 하게 되면 신체적, 심리적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달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는 것을 피하고, 공기를 자주 환기하고, 창 밖 먼 풍경을 바라보며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평소 멀미를 하지 않는 사람이 귀성길에는 멀미를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른바 ‘귀성길 멀미’는 길이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느리게 주행하기 때문이다.
인체는 0.63Hz 이하의 저주파수 진동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멀미를 느낀다. 파도로 출렁이는 배는 저주파수 진동 운동의 대표적 사례다. 2∼3초마다 한 번씩 파도로 출렁거리는 배의 주파수는 0.33∼0.5Hz. 귓속 전정기관은 1Hz 미만의 저주파수 진동을 신경계로 보내 멀미를 일으킨다. 실제로 전정신경을 잘라낸 동물이나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저주파수 진동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멀미를 하지 않는다.
자동차에서는 급발진이나 급제동, 코너링 같이 수평방향으로 급변속 주행을 할 때 저주파수 진동이 생긴다. 옛 대관령고개처럼 꼬불꼬불한 곡선(커브) 길이 계속되면서 변속이 잦은 구간은 그야말로 ‘멀미 유발구역’이다. 일반적으로 커브를 돌 때는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방향을 틀어 이동한다. 커브 하나를 도는 데 1초 이상이 걸리므로 커브 구간의 주행 주파수는 1Hz를 넘지 않는다. 또 같은 커브를 돌아도 승용차보다 버스가 시간이 오래 걸려 멀미가 더 잘 생긴다.
버스에서 멀미가 더 잘 일어나는 이유는 또 있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바닥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함으로써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시트에 에어스프링을 장착한다. 문제는 에어스프링은 차량이 빠르게 주행할 때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과속방지턱을 넘기 위해 속도를 낮추면 요철 위에서 차 전체가 ‘꿀렁’거리는 느낌은 더 잘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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