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미국 최고 암 전문가’ 김의신 가천대 길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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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근심걱정이 치료 힘들게 해… 癌 환자들 고기 먹고 힘내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에서 만난 김의신 가천대 길병원 석좌교수는 암을 극복하려면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살 것을 권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에서 만난 김의신 가천대 길병원 석좌교수는 암을 극복하려면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살 것을 권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암 치료가 잘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달 가천대 길병원 석좌교수로 임명된 김의신 교수(71)는 근심 걱정이 적은 사람이 암 치료가 잘된다며 이처럼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최고의 암 전문병원인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31년간 근무했다. 1991년과 94년에는 ‘미국 최고의 의사’로 선정될 만큼 세계적인 암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MD앤더슨에서 치료했던 한국 환자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낙관적이고 잘 노는 한국 환자들은 미국 병원에 오기 전부터 골프장을 예약하고 인근 술집에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매일 골프를 하고 술을 마시죠. 묘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치료가 잘된다는 겁니다.”

이어 그는 서울 사람보다 시골 사람의 병이 더 잘 낫는다고 말했다. 시골 사람들은 미국에 온 것 자체가 ‘황홀’해 음식도 안 남기고 초콜릿 같은 것도 다 먹는다. 의사의 지시를 따르면서 마음 편히 지낸다. 그러니 암이 잘 낫는다는 얘기다.

직업으로 보면 변호사와 의사처럼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는 사람들이 치료가 안 된다고 했다. 자신만의 생각이 강하다 보니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조바심을 내니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란 것.

한국의 암 치료 관행은 어떨까. 그는 “많은 의사가 암 환자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많이 망가지는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기 대신 포도당이나 비타민 주사제를 권하는 일부 병원에 대해서는 “약을 주고 병을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암 환자들이 적극 고기를 먹을 것을 권했다. 영양분이 잘 공급돼야 활력이 생겨 병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으면 암이 자란다는 얘기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야채를 함께 많이 먹으면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암 환자라면 무조건 밝게 살라고 조언했다. 근심걱정을 많이 하면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 영양분이 잘 공급되지 않는다. 몸의 기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치료도 잘 안된다. 좋은 음악과 영화를 즐기며 취미생활도 충분히 하라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식음을 전폐하며 투쟁하듯이 병과 싸우는 것을 경계했다. 한국 환자 가운데 유독 그런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사업가와 의사들은 병원에 오면 무기력해집니다. 사업만 하고 환자만 보다 보니 취미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 사람들일수록 암에 걸리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해가 됩니까. 답답할 따름이죠. 세상엔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근심걱정#암 환자#암 치료#김의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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