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2시간 수술로 보청기로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고려대 안암병원 인공와우 수술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오른쪽)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오른쪽)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직장인 김모 씨(29)는 어릴 때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점차 일상생활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옆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학교수업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친구관계도 소원해졌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릴 때에는 보청기를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 씨는 어른이 된 뒤 보청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여전히 잘 들리지 않았다. 5년 전부터 난청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팀을 찾았다. 귀에 위치한 와우(달팽이관)에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 인공와우수술만으로 청력이 회복되지는 않았다. 귀에선 ‘찌지직’ 하는 소음과 기계음이 자주 들렸다. 거북했다. 그는 임 교수에게 소리를 조율하는 ‘맵핑’ 치료와 언어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그제야 청력의 70∼80%를 회복할 수 있었다.

○ 심한 난청환자에게 소리를 찾아주는 수술

인공와우수술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양쪽 귀가 모두 들리지 않는 심한 난청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달팽이관에 이식한 인공와우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전기자극으로 바꾼다. 이 전기자극은 청신경을 자극해 대뇌 청각중추가 소리를 인지하게 만든다.

양쪽 귀가 심하게 손상 됐다면 인공와우수술을 받아야 한다. 2세 미만 영아는 양쪽 귀가 90데시빌(dB)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고 3개월 이상 보청기를 사용해도 청각기능의 발달에 진전이 없을 때 받아야 한다. 2세 이상은 양쪽 귀가 70데시빌(dB)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으면 수술 고려 대상이다.

성인보다는 어린이에게 효과가 더 크다. 신생아 1000명 중 1, 2명은 양쪽 귀가 모두 들리지 않는 고도난청이다. 가벼운 난청 질환자까지 포함하면 난청환자는 더 많아진다. 어릴 때의 난청은 언어발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일찍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지능발달, 친구관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 재활치료가 더 중요

인공와우수술은 전신마취를 한 후 진행된다. 수술 시간은 2시간 정도 걸린다.

이 수술을 받았다고 해도 일반인처럼 바로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수술이 기대한 것만큼 청력에 도움을 못 줄 수도 있다. 김 씨의 사례처럼 많은 사람이 수술한 후에 사람들 목소리가 로봇 기계음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또 너무 많은 소리가 동시에 들려서 오히려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수술을 받은 뒤 4∼6주가 흘러 수술 부위가 완전히 아물면 비로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리 조율을 시작한다. 외부 소리를 인공와우가 편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조율하며 1개월 정도가 걸린다.

인공와우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는 일반인이 듣는 소리와는 다르다. 이 때문에 수술 이후 언어재활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원활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언어치료를 충분히 받아야 한다. 주 1, 2회 실시하며,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한다. 갓난아이가 태어나 소리를 배우는 것처럼 음을 구별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새로운 소리에 적응하는 과정인 셈이다.

김 씨는 직접 피아노를 한 음씩 치면서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인공와우가 불편했다. 그러나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인공와우에 적응했고 안 들려서 불편했던 부분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김 씨는 새 삶을 얻었다.

○ 정전기와 자기장은 주의해야

인공와우는 기본적으로 전기자극을 가하는 기계로 소리를 몸 안과 밖에 부착된 자석으로 전달한다. 정전기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플라스틱 원통의 놀이기구나 공항 검색대 등을 통과할 때에도 주의해야 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도 자기장을 이용한 것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이는 수술 부위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 교수의 목소리는 일반인에 비해 3배 이상 크다. 진료실 밖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쩌렁쩌렁 울린다. 하루 100명에 가까운 환자에게 큰소리로 얘기하면 목이 아프다. 하지만 항상 난청환자들을 대하다 보니 또박또박 큰소리를 내서 말하는 게 습관이 됐다.

임 교수는 인공와우 전문의 중에서도 경력이 많고 수술성공률도 높다. 2년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 와우에 관한 전기생리학적인 기능을 연구하기도 했다. 임 교수를 포함한 고려대 안암병원은 소리조율 및 언어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팀워크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있다. 세간의 평판이 좋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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