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이런 큰 상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렇게 살아가는 게 맞았다’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 무척 기쁩니다.”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사진)는 올해 ‘비추미여성대상’ 별리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국내 생명과학계 대모’라는 별명답지 않게 수줍어하며 감사를 표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비추미여성대상 별리상은 여성의 교육과 연구 개발을 위해 뛰어난 업적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노 교수는 여자 교수가 드물었던 1986년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부임해 26년째 미생물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 교수가 배출한 박사급 제자만 30명이 넘고, 110여 편의 논문은 3000회 이상 인용돼 국제적인 생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대중들에게는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을 검증하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대변인을 맡아 차분한 어조와 절제된 발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이든 똑소리 나게 했을 것 같은 그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을까.
“남편과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에 첫아이를 낳았어요. 밤샘 실험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는 이웃 유학생 부인들이 주로 봐줬죠. 그나마 저는 수월하게 유학생활을 한 편이라더군요.”
노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이 주변 도움 없이 일과 가사를 병행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공부와 연구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여학생이 많아 희망적”이라며 “서울대에서 근무하는 연구교수와 박사후 연구원 등 3000명의 비전임 교수 중에 여성의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 과학자들은 협력 연구를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그야말로 오해”라며 “오히려 현장에서 여성들은 대화와 소통에 익숙해 국제 협력 프로젝트에서 제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마지막으로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자기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라면 즐겁게, 기죽지 말고 당당히 하라”며 과학도를 꿈꾸는 여자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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