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地로 방사된 토종 여우 6일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야생 복원” 지난달 소백산에 2마리 중 암컷 죽은채 발견
“추위속에 무리한 방사” 지적

6일 오전 소백산국립공원 인근 경북 영주시 부석면 한 민가에서 토종 여우 암컷이 폐사한 채 발견됐다. 왼쪽 사진은 지난달 31일 방사되던 모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6일 오전 소백산국립공원 인근 경북 영주시 부석면 한 민가에서 토종 여우 암컷이 폐사한 채 발견됐다. 왼쪽 사진은 지난달 31일 방사되던 모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한국 토종여우 복원이라는 부푼 기대 속에 지난달 31일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한 쌍 중 암컷이 6일 폐사한 채 발견됐다. 여우의 죽음과 관련해 먹이가 줄어들고 날씨마저 차가워질 때 방사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 반 소백산국립공원과 가까운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 임곡마을 내 민가 뒤편 아궁이 안에서 암컷 여우(관리번호 KF-05)가 숨져 있는 것을 수색에 나선 공단 직원이 발견했다. 발견된 장소는 방사한 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5km, 국립공원 경계에서 약 1km 떨어진 곳이다. 발견 당시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죽은 여우는 태어난 지 8개월 됐으며 몸무게는 5.83kg이었다. 보통 야생 여우의 수명이 5, 6년인 것을 감안할 때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에 해당한다. 올해 4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8월 말부터 자연적응훈련을 거친 뒤 방사됐다.

공단 측은 여우 사체를 부검한 결과 위 속에서 설치류로 보이는 동물이 발견돼 굶어죽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그 대신에 최근 날씨가 추워지고 비가 자주 내려 여우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여우를 방사하던 날 소백산 일대에는 이슬비가 내렸고 이후에도 간간이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낮은 기온과 먹이 부족이 우려되는데도 무리하게 방사해 결국 폐사에 이르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방사에 앞서 환경부와 공단 내부에서조차 “시기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종 복원을 위한 여우 방사는 봄과 가을이 최적기”라며 “만약 내년으로 시기를 늦추면 야생성을 잃게 돼 방사의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방사 시기가 한 달 정도 빨랐으면 적응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정확한 폐사 원인을 분석해 방사 시기와 자연적응훈련 등에 문제가 있었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와 공단은 내년에 추가로 여우를 방사한 뒤 2020년까지 개체수를 50마리로 늘릴 계획이었다. 한편 이번에 함께 방사된 수컷 여우는 현재 방사 지점 반경 1km 내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채널A 영상] 방사 뒤 사냥도 잘하던 여우가…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토종여우#소백산#방사#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임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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