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의 서구화…마약-성-문신감염 증가
평생 성(性) 파트너 4명 이상이면 C형간염 위험 3.2배↑
부산지역 C형간염 환자 10명 중 1명은 '마약경험'
마약, 여러 사람과의 성관계, 문신, 피어싱 등이 우리나라에서 C형간염 감염 위험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마약의 경우 유독 부산에서 C형간염과 큰 연관성을 보였다.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정숙향 교수팀은 서울과 부산지역의 5개 대학병원에서 치료중인 C형간염 환자 11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생 성관계 파트너가 4명 이상인 환자가 28%(253명)에 달했다고 19일 밝혔다.
반면 C형간염이 없는 대조군(206명) 중 평생 성관계 파트너가 4명 이상인 경우는 10.3%에 그쳤다.
'4명 이상의 성관계 파트너'를 둔 사람의 C형간염 감염 위험도는 성관계 파트너가 평생 1명이었던 경우에 비해 3.2배나 됐다. 파트너가 2~3명인 경우도 위험도가 2.1배로 높아졌다.
C형간염의 감염에는 이밖에 바늘 찔림(4.7배), 수혈(3배), 치과치료(2.9배), 문신(2.1배)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마약 투약도 C형간염 감염과 상관성을 보였는데 전체 환자의 5%(59명)가 마약을 투약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부산지역의 환자만 놓고 보면 마약투약률이 10.3%로 전국 평균치를 2배나 웃돌았다. 마약 경험이 있는 C형간염 환자의 80%는 남성이었다.
정숙향 교수는 "국내에서 마약 주사 남용자들과 C형간염의 상관성은 크지 않다는 게 기존 조사결과였지만 이번에 부산지역의 환자를 포함시킨 결과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부산지역에 한정되긴 했지만 마약이 C형간염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미국, 유럽의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매개체로 전염된다. 과거에는 C형간염 바이러스의 가장 빈번한 감염경로가 수혈이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수혈, 혈액 투석 등에 대한 위생관리가 되면서 수혈 감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형간염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이번 연구결과처럼 수혈 외에 C형간염의 감염경로가 다양하다는 반증이다. 실제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급성 C형간염 환자의 약 40%가 감염원을 찾을 수 없었다는 보고도 있다.
C형간염은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없으며 성인에게 감염되면 75% 이상에서 만성화된다. 간경화 환자의 12%, 간암 환자의 15%가 만성화된 C형간염이 원인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대한의과학회지' 11월호에 실렸으며, 앞서 '간의 날' 학술대회에도 발표됐다.
정 교수는 "C형간염의 감염원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 C형간염의 조기진단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C형간염도 다른 질환처럼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되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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