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위장관 기질종양(GIST·기스트)’ 권위자로 손꼽힌다. 3년째 기스트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 현재 기스트 치료에는 글리벡을 쓴다. 이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 다른 약으로 바꾼다. 하지만 다시 효과가 떨어져 글리벡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보건당국이 인정을 안 해주기 때문.
강 교수는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글리벡을 다시 복용해야 환자들이 나빠지는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가짜 약을 쓴 경우와 다시 글리벡을 쓴 환자 집단으로 나눠 한 달에 한 번씩 영상을 찍고 있다. 내년에 결과가 나오면 보건당국에 이 데이터를 근거로 치료 효과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술에서 약물치료로
기스트는 위장관이나 복막에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위나 소장의 장벽에 생기는 일종의 근육 종양이다. 일종의 육종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인구 100만 명당 10∼20명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는 매년 700여 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조금 더 많이 발생하며 55∼65세에 가장 많이 발생하나 20, 30대 환자도 있다.
기스트 환자는 병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 안에서만 혹이 커지다 보니, 굉장히 커졌을 때도 ‘내가 살이 쪘나. 배가 나왔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다보니 합병증이 생긴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장벽에 혹이 생기다가 터져 출혈이 생기거나 혈변을 본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이전에는 종양을 수술로 떼어냈다. 강 교수는 “한 환자가 5번씩 종양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병이 번질 경우 이 방법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종양을 떼어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시 또 자라났다.
보통의 항암제를 사용해 봤다. 하지만 잘 안 들었다. 암세포가 반으로 줄어드는 확률이 5%밖에 되지 않았다. 생존기간도 1년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2001년부터 의사들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쓰는 노바티스의 글리벡을 써봤다. 효과가 있었다. 강 교수는 “현재 10년째 효과를 보는 기스트 환자도 있다. 평균 생존기간을 6년 정도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올해가 글리벡이 기스트 치료제로 허가받은 지 10년째 되는 해다.
물론 모든 환자가 다 글리벡을 쓸 필요는 없다. 초기 환자라면 수술로도 해결할 수 있다. 글리벡이 필요한 환자는 악성종양인 경우. 전체 신규 환자의 20∼30%에 해당하는 연간 150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 “수술 후 환자들이 3년간은 약 먹어야”
글리벡이 잘 듣는 이유는 기스트가 백혈병과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질병 모두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이 문제다. 문제가 되는 돌연변이를 차단해 줌으로써 효과를 보는 것. 암은 여러 가지 변이 때문에 생기지만, 기스트는 ‘킷(KIT) 유전자’ 하나가 원인이다.
절제 수술을 한 다음에도 위험도에 따라 글리벡을 복용하는 것이 표준 치료방법이다. 2009년 위장관 기질종양 절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승인을 받았다.
강 교수는 “환자마다 재발의 위험도가 다르다. 크기가 클수록, 세포분열이 많을수록 재발의 위험성이 크다. 위에서 생기는 것은 재발성이 낮고, 소장에서 생길 경우 재발성이 높다. 고위험군의 경우 수술을 받은 다음에도 3년간은 글리벡을 복용해야 한다. 외국에서도 연구결과로 입증됐다. 우리는 건강보험 재정상 1년밖에 인정을 받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3년을 복용해야 하는데, 1년밖에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실제 환자들 중 상당수는 자비로 2년간 복용하는 걸 포기한다는 것. 강 교수는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은 고위험군인데도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현재 강 교수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 회장직과 대한위장관기질종양(GIST)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매년 한국 기스트 환우회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2006년 환자를 위한 기스트 치료지침서를 발간해 환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전기 스위치 그림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신의 질병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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