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사는 A 씨(39)는 얼마 전 갑작스레 정신을 잃는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던 중이었다. 평소에 지병도 없었는데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소파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아내가 깜짝 놀라 몸을 흔들어보니 A 씨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아내는 곧장 119에 신고를 한 뒤 심폐소생술을 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며칠 후에야 의식을 회복했다.
같은 동네의 한 지하노래방에서 B 씨(46·여)도 얼마 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일행들과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잠깐 밖으로 나왔다. 계단을 오르던 B 씨는 갑작스레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B 씨는 뇌사 판정을 받았고 끝내 사망했다.
이들처럼 평소에 건강해 보였는데 갑작스레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경우 가장 많은 사인이 심장마비다. 대개는 심장의 박동이 너무 느려져 뛰지 않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심해져 심장마비가 온다. 보통 심장은 1분에 60∼100회 규칙적으로 뛴다. 심장에 이상이 생겨 불규칙하게 뛰는 걸 부정맥이라 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게 보통이지만 심하면 돌연사에 이를 수 있다.
○ 심한 운동은 삼가야
부정맥이 생기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협심증,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장이 손상을 입고 후유증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겨울엔 추위로 인해 모세혈관이 수축되는데, 이때 혈압이 올라가 심장에 무리를 주면 협심증과 같은 질환에 걸리기 쉽다.
부정맥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심장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경우가 그중 하나다. 가슴이 갑자기 이유 없이 뛰면서 불안해지거나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갑자기 의식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맥박이 너무 느리게 뛰는 것도 부정맥의 증상이다. 이런 환자들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가 안정되면 괜찮아진다. 평소에는 힘이 빠지고 지친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깜빡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등 다양한 증상이 있다.
이미 부정맥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추운 날씨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부정맥이 있는 사람이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심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야외에서 과도하게 운동하는 건 삼가는 게 좋다. 대신 강도가 낮은 운동을 해야 한다. 가볍게 걷기,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요가가 좋다. 부정맥이 심한 경우엔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한 뒤 운동종목을 택해야 한다.
대체로 운동은 새벽보다는 오후나 저녁에 하는 게 낫다. 운동을 하다가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느껴지면 일단 운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 신체에 과도한 자극 피해야
겨울에는 일조량이 부족해 비타민D가 부족해진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져 골연화증에 걸리거나 노인성 골다공증(뼈엉성증), 구루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런 까닭에 부족한 비타민D를 채우기 위해 겨울엔 꼭꼭 영양제를 사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부정맥이 있는 사람들은 비타민D를 과다하게 섭취해선 안 된다. 부정맥의 종류 중 하나는 심장의 윗부분이 불규칙하게 수축해 가늘게 떠는 ‘심방세동’인데, 비타민D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심방세동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는 비타민D 혈중 수치가 정상치를 웃도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방세동이 나타날 위험이 평균 2.5배 높았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부정맥이 있는 사람이 비타민D를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엔 부정맥 증상이 2, 3배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정맥은 흥분이나 불안을 느낄 경우에도 악화될 수 있다. 신체에 과도한 자극을 주는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 잠을 충분히 자서 피로를 해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는 게 좋다.
술이나 카페인이 많이 든 음식도 줄여야 한다. 커피를 한꺼번에 많이 마시거나 줄담배를 피우는 건 치명적이다. 담배를 피울 경우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이 겹쳐 부정맥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식하지 않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도움말=이문형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노태호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준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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