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난 의사들이 모였다. 왈츠, 폭스트롯, 자이브, 차차차 등 댄스스포츠 10개 종목은 기본. 살사 댄스와 아르헨티나 탱고, 재즈, 발레, 한국 무용까지 춤이란 춤은 모조리 배우고 즐긴다. 단순히 춤만 추는 게 아니다. 춤을 의학적으로 연구하고 치료에 접목한다. 2007년 춤추는 의사들이 설립한 ‘한국운동댄스치료의학회’ 이야기다. 현재 의사 30여 명이 활동한다.
학회 총무이사인 변성환 한사랑아산병원 진료과장(47·외과 전문의)은 한때 당직과 과로, 그로 인한 폭식과 폭음으로 몸무게가 90kg을 훌쩍 넘어갔다고 한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을 때 남미의 춤인 살사 댄스를 만났다.
“동료가 살사 댄스를 배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농담 삼아 나도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다음 주 바로 강사를 모셔왔어요. 나이가 많고 뚱뚱한 여성이었는데 춤출 때 몸놀림만큼은 무척 아름답고 섹시했죠. 귀신에 홀린 듯 이 춤에 빠져들었어요.”
그는 매일 병원 한쪽에서 춤 연습을 했다. 또 주 2, 3회 살사 클럽에서 춤을 췄다. 1년에 1, 2회 공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20kg 이상 빠졌다. 성인병을 경고했던 온갖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변 과장은 “살사와 같은 라틴 댄스는 속도가 빠르고 운동량이 많아 살을 빼거나 성인병을 치료하려는 이들에게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분간 살사를 추면 400m 운동장 한 바퀴를 달리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는 평소 앞으로만 걷지만 춤을 추면 자연스럽게 옆과 뒤로도 걷게 돼 다이어트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춤을 추는 게 쑥스럽다면 집에서 혼자 경쾌한 남미 음악의 박자에 맞춰 ‘댄스 워킹(dance walking)’을 하라”고 권했다. 이때 일반적인 걷기와 달리 양다리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걷기 외에는 별다른 동작이 없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학회 부회장인 김현식 김현식산부인과 원장(57·산부인과 전문의)은 “춤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도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산후 우울증에 빠진 아내와 함께 댄스스포츠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1주일에 3차례 이상 춤을 춘다. “1시간 정도 모던 댄스를 추면 약간 숨이 차면서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죠. 특히 아내를 더욱 배려하게 됩니다.”
김 원장은 “신체 접촉이 많은 왈츠와 아르헨티나 탱고는 소원한 부부 관계 회복은 물론이고 발기부전, 성 불감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춤을 통한 남녀 갱년기 치료법을 비뇨기과와 함께 연구할 예정이다.
김창원 한맘플러스 재활의학과의원 원장(47·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춤은 일반인의 건강 증진에도 좋지만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거나 재활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춤은 수직이 아닌 수평 운동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수직 운동은 도약, 즉 점프를 많이 하는 운동으로 농구와 배구가 대표적이다. 반면 수평 운동은 무게중심을 평행으로 이동해 근육이나 관절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오랫동안 할 수 있어 에너지 소비도 수직 운동보다 많다. 게다가 음악과 함께 하니까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춤을 추면 뇌신경 전달물질이 늘어나 뇌 손상 환자에게도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운동댄스치료의학회의 목표는 이 같은 춤의 건강 효과를 널리 알려 전 국민이 춤을 추게 하는 데 있다. 올해도 봄과 가을에 각각 워크숍과 학술대회를 열어 춤과 건강 및 춤 치료법에 대해 연구하고 논의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