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부터 코끼리, 고래, 사람까지 포함하는 태반포유류의 공통 조상을 그린 상상도. 연구진은 이 생물이 곤충을 먹고 살았던 작은 짐승으로 추정했다. 사이언스 제공
회색 털로 뒤덮여 쥐보다 조금 크고, 원숭이처럼 긴 꼬리를 가진 짐승. 몸무게는 6∼245g 정도로 추정되고, 주식은 곤충. 어떤 동물일까?
약 6600만 년 전 지구에 처음 등장한 ‘태반포유류’ 공통 조상의 모습이다. 태반포유류는 새끼를 태반 속에서 길러 낳는 젖먹이동물로, 포유류 중에서도 캥거루처럼 주머니에 넣어 기르는 유대류나 알을 낳는 난생류를 제외한 종이다. 사람도 태반포유류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미국자연사박물관, 카네기자연사박물관 등의 국제공동연구진은 6년에 걸친 태반포유류 계통을 추적한 결과를 밝혀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공통 조상은 ‘백악기 대멸종(6500만 년 전)’ 이후 처음 등장했으며, 출현 후 20만∼40만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분화됐다고 밝혔다. 태반포유류가 약 1억 년 전에 출현했다는 기존 가설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번 연구는 태반포유류의 공통 유전자 27가지를 분석해 분화시간을 거꾸로 추적하는 ‘분자시계’ 기법과 생물의 표현형 정보(겉모습)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86개의 화석과 살아있는 생물에게서 4541가지 특징을 추출해 유전자(DNA) 분석 정보와 묶었다. 그 덕분에 한 가지 방법으로는 알 수 없었던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활용해 태반포유류 전체의 계통도도 새로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황의욱 경북대 생물교육학과 교수는 “새 계통도는 짧은 시간 동안 종 분화가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이번 연구로 ‘폭발적인 종 분화’의 시기를 정확히 정리했다”며 “공룡시대가 마감된 이후 생태계의 공백을 늘어난 태반포유류가 채웠을 것이라는 기존 가설의 증거도 될 수 있다”고 이번 성과를 평가했다.
특히 태반포유류의 출현 시기를 백악기와 신생대 사이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성과이며, 화석 연구에서 종 구분을 위해 주로 쓰는 ‘이빨’이 충분한 근거가 아니라는 점도 이번 연구로 드러났다.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은 “중생대 지층에 나온 포유류 화석의 이빨이 태반포유류처럼 앞어금니 4개, 뒤어금니 3개로 이뤄져 이들이 중생대에 출현했다고 믿었다”며 “분자적인 정보까지 추적한 이번 연구로 진짜 태반포유류는 중생대가 아니라 신생대에 등장했다는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