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던 김모 씨(75·여)는 몇 해 전부터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계속 수술을 미뤘다. 한쪽 무릎에만 300만∼500만 원이 드는 수술비 때문. 형편이 넉넉지 못한 아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그에게 “병원만 잘 선택하면 수술비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며 수술을 권했다. 김 씨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마다 차이가 나는 비급여 비용을 꼼꼼히 살펴봤다. 그 결과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를 빼, 저렴한 비용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박모 씨(70·여)는 정반대의 사례다. 박 씨 또한 최근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 퇴행성관절염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마음의 빚을 크게 지게 됐다. 병원에서 권하는 각종 검사 및 로봇 수술을 받고 1인실을 사용한 결과, 한쪽 무릎만 수술했는데도 800만 원 이상이 들었던 것. 자식들은 괜찮다지만 박 씨는 마음이 영 편하지 않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퇴행성 질환을 앓는 고령 환자가 늘고 있다. 동시에 진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인당 평생 쓰는 의료비는 평균 1억 원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가량을 65세 이후에 사용한다(남성은 4526만 원, 여성은 5853만 원). 이 액수는 앞으로 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 환자들은 아무리 불편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질환이라면 수술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고령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큰 불편을 느낀다. 하지만 생명에 위험에 없다 보니 웬만하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 한쪽 무릎만 수술할 경우 300만∼500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보통 양쪽 무릎을 수술하기 때문에 600만∼1000만 원이 들어간다. 수술을 받는 환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보통 이들은 퇴직금, 저축한 돈이나 자신의 도움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간다면 수술을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격을 떨어뜨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가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도 반값, 혹은 3분의 1 가격으로 낮출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한 검사나 치료가 아니라면 하지 말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줄이면 된다.
조재현 제일정형외과병원 인공관절클리닉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은 매년 7만여 건 시행될 정도로 일반화됐고 수술 방법도 정형화돼 있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정밀진단이 필요할 경우를 제외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수술만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공관절 수술 대부분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수술만 받을 경우 총 비용의 20%만 환자가 부담한다. 100만 원대면 한쪽 무릎의 수술이 가능하다. 300만 원 이하의 비용으로 두 무릎을 모두 수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수술비가 많이 드는 이유는 고급병실 사용료, 고령 환자에게 필요한 정밀검사, 초음파 및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비용, 무통치료 같은 비급여 항목 때문이다.
방주열 제일정형외과병원 원무이사는 “우리 병원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의료진과 지원파트를 구성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환자의 치료 적정성을 고려해 의료장비를 사용함으로써 경영효율성도 갖췄다”며 “이를 통해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의 연령대가 60∼80대이기 때문에 수술 전 기본 검사비용 이외에 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실시하면 그에 따른 치료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전적으로 병력이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환자와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고령층의 개인 의료비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환자 스스로 병원마다 진료비용이 어떻게 다른지, 급여와 비급여 항목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자신이 받는 치료가 꼭 필요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의료비의 과다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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