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말기환자 ‘편안한 죽음’ 도울 방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는 말보다, 아픔 공감하며 소통 대화 나눠야

일본투석의학회가 연명 치료를 받고 있는 말기 환자를 위한 지침을 만들겠다고 최근 밝혔다. 환자가 인공투석을 원하지 않으면 중지하도록 한 지침이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완화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특별위원회’가 설치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5월까지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해 현재까지 합의된 사항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사전의료의향서는 본인이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단할 수 있는 연명치료의 범위는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과 같은 ‘특수연명치료’로 제한했다. 환자에게 영양이나 수액을 공급하는 ‘일반연명치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말기 환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을 느낀다. 그들은 가족과 친지들에게 둘러싸여 편안한 죽음을 맞길 원한다. 이처럼 ‘평화로운 죽음’을 맞을 수 있게 돕는 방법은 없을까. 국립암센터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표준교육자료’를 통해 알아보자.

일단 환자 스스로가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야 한다.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 말은 피해야 하지만 잘못된 희망을 심어주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면 삶을 정리하는 걸 방해할 수 있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이어 △성취하고 싶은 것 △삶에서 중요한 것 △바라는 것 △피하고 싶은 것 등을 질문하도록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환자 자신의 목표와 가치를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으려면 본인의 가치와 신념, 취향이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

말기 환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도 배워두자. 무작정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거나 “그렇게 나쁜 상태 같지는 않다”고 말하는 건 좋지 않다. 이런 표현은 환자를 무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환자가 힘든 이야기를 할 때에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며 현실을 지나치게 부인해서도 안 된다. 환자가 힘든데도 더이상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와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려면 공감의 표현을 많이 하는 게 좋다. “많이 아프다”고 하면 “많이 아프죠?”라고 말해준다. “묘한 기분이 든다”고 하면 “그 기분은 ∼하다는 것인가요? 좀더 이야기해주겠어요?”라며 환자의 이야기를 격려한다. 다만 판에 박힌 상투적인 말은 반복하지 말자.

“죽고 싶다”고 말하는 환자에게는 “정말 그렇겠다”고 말해선 안 된다. 그렇게 말하면 환자는 자신의 삶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 말은 하면 안 되죠”라고 말해도 안 된다. 대화를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바라는 게 뭔지를 물어보며 관심을 표현하자.

말기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해 ‘죽음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들이 절망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태도로 임종을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말기 환자#완화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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