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오히려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하기 쉽지 않다. 터치로 잠금 상태를 해지하고, 전화 버튼을 눌러야 하며,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까지. 못해도 최소 5초 이상은 걸린다. 아무리 똑똑한 스마트폰이라 해도 내 위험한 상황을 빠르게 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반 휴대폰(피처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긴급통화' 기능이 있지만, 결국은 휴대폰을 꺼내고, 최소한 한번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 정말 긴급할 때 긴급통화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제 그런 불편함을 없애줄 제품이 나왔다. 드레니정보통신이 '버튼 하나의 안전지킴이'라는 스마트 호신용품 '가디'를 내놨다. 가디는 제품 중앙에 위치한 Z-버튼 하나로 긴급상황을 알리는 멀티호신기다. 가디 사용법은 아주 간단하다. 꼭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좋다.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모바일 기기(스마트폰, 피처폰, 태블릿PC 등)면 된다. 중앙의 Z-버튼을 6초 동안 누르면 경보음이 울리고, 3초 간 더 누르면 긴급 전화번호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꼭 필요한 기능만 담은 셈이다.
어두운 밤 길, 스마트폰 보며 걷지 마세요
실제 예를 들어보자. 본 기자는 귀가 시간이 늦을 때 버스 정류장까지 매번 아버지가 마중을 나온다. 이때마다 얼마나 죄송스러운지, 혼자서도 갈 수 있다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본 기자는 연약한 여자다). 아버지는 세상이 흉흉해진 탓이란다. 간혹 마중을 나오지 못할 때는 '괜찮다'고 여유를 부린 본 기자도 휴대폰에 '112'를 눌러놓고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에 쫓기듯 다닌다. 맞다. 이게 다 세상이 흉흉해진 탓이다. 그런데, 범죄자들의 표적은 '어두운 밤,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에 빠져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걸어가는 여성'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렇다고 휴대폰을 멀리할 수 있을까. 위급상황에 빠지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것이 휴대폰이다. 이걸 보면서 다니지 말라니. 대체 어쩌란 말인가.
예전에 사용하던 삼성 애니콜의 '보디가드폰'이 생각난다. 당시 삼성전자는 '내 아이를 위한 애니콜'이라며 보디가드폰을 출시했다. 휴대폰의 고리를 잡아당기면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지정된 번호로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방식이다. 다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만 전송될 뿐, 자신의 위치는 알릴 수 없었다. 그리고 메시지는 상대방이 수신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공짜도 아니었다. 고리를 당길 때마다 500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가디는 그럴 필요가 없다. 버튼을 누르면 긴급 전화번호(112)로 연결된다. "긴급 전화이오니 끊지 마십시오. 음성녹음이 끝난 후 발신자로부터 응답이 없을 시 휴대전화의 위치로 긴급지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음성메시지도 전송된다. 즉, 자신의 위험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10명 중 6명은 당했다? 흔한 지하철 성추행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밤길만 위험할까.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붐비는 출근길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뒤 쪽에서 느껴지는 여러 번의 터치(?)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나 혼자 오버하는 건가'하고 몇 번 참다 보면 대놓고 만지기까지 한다. 뒤를 돌아보면 몸을 반쯤 이상 본 기자에게 기댄 남성이 있다. 뒤를 돌아보기 전 '소리를 치리라, 다리를 걷어차리라'라고 다짐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괜히 ‘이러지 마세요’라고 했다가는 해코지를 당할 것만 같다. 스스로 나도 모르게 위축됐을 때, 용기 있는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만 있다. 실제로 본 기자의 지인 10명 6명은 당했을 정도로 지하철 성추행은 흔하다. 주머니 안에 넣어놓은 휴대폰을 꺼낼 여유도 없단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가디다. 손 안에 잡히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사이렌 소리가 난다. 3초만 더 누르고 있어도 긴급 전화번호로 자동 연결된다.
다른 호신용품이랑 뭐가 다른가요?
시중에도 경보음이 울리는 호신용품은 많이 있지만, 실제로 소리가 미미해 주위를 환기시키는데 약하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큰 고함소리나 응급 구조 차량의 사이렌 소리처럼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는 소리가 경보기에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가디는 실제 사이렌 소리를 적용했다.
또한, 가디는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시행하고 있는 SOS 국민안심서비스의 '원터치SOS'도 지원한다. SOS 국민안심서비스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 미성년자, 여성을 대상으로 그들의 신원과 위치를 확인해 즉시 출동하고 구조해 주는 시스템이다. 9초 가량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위급상황을 직접 말로 전달하지 않아도 경찰서로 현재 위치 등의 정보가 자동으로 신고 되는 셈이다. 별도의 앱을 내려받아 설치할 필요도 없다. 본 기자처럼 휴대폰에 미리 '112' 번호를 누른 채 걸어갈 필요도 없다. 주머니 속에 넣어놓은 가디를 만지작거리다 위험하다 싶으면 누르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힘으로 방어해야 하고 휴대하기 불편한 기존 여성호신용품과 달리, 가디는 외부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 지정번호를 믿음이 간다고 남자친구나 가족들 번호로 해놓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음성메시지만 전송될 뿐, 위치 정보 등을 알릴 수 없기 때문. 기존에 112로 설정돼있으니 바꾸지 말자. 글 / IT동아 윤리연(yoolii@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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