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는 수험생이나 최종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의 심장은 두 근 반 세 근 반 뛰고, 손에는 땀이 나며, 근육은 긴장한다. 심호흡을 해도 차분해지지 않는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란 책에서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불안은 현대인에게 일상적인 것이지만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안장애라고 진단한다. 문제는 불안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생기는지 밝혀지지 않아 불안장애로 발전하더라도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부 김성연 박사과정 연구원(사진)과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뇌에서 불안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규명해 ‘네이처’ 21일자에 발표했다. 불안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뇌 속 특정 부위가 사실 두 부분으로 나뉘어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과 이 부분이 어떤 신경회로와 연결됐는지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은 빛을 받으면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도록 조작된 쥐의 뇌에 광섬유를 넣고 레이저를 쏘아 신경세포를 자극했다. ‘광유전학’이란 이 기술은 뇌 신경세포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각 부분의 구체적인 기능을 밝히는 데 많이 쓰인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불안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분계선조침대핵(BNST)’을 자극했다. BNST는 계란처럼 타원핵과 바깥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타원핵을 자극할 경우 쥐는 불안해했지만 바깥 부분을 자극하면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두 부분이 마치 자동차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처럼 불안감을 가속시키거나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BNST 두 부위는 서로 반대되는 역할을 하는데, 둘의 균형이 불안 정도를 결정한다”며 “타원핵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이 부분에서 바깥 부분에 신호를 주면 다른 신경회로까지 전달돼 불안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타원핵 바깥 부분에서 BNST의 명령을 수행하는 부분도 찾아냈다. 바로 뇌의 시상하부나 간뇌 등과 연결되는 신경회로 셋인데, 이곳을 자극하면 쥐는 용감해지거나 호흡이 느려지는 등 불안 반응을 보인다. 또 쥐의 BNST로 신호를 보내는 신경회로를 막으면 쥐는 몹시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도 알아냈다. 위험신호를 인지하면 BNST가 작동하고, 이 신호가 시상하부 등으로 보내져 불안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우리가 불안을 느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부작용 없이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