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됐다. 아이와 부모 모두 마음이 설레고 바빠지는 시기다. 부모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아이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다섯 살 난 동이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눈을 번갈아 깜빡거리다가 “따갑다”며 심하게 비볐다. 눈 깜박임은 한 달 전 시작됐고 점차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한다. 사연을 들어봤다.
동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최근 영어유치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유치원 선생님과 친구들이 영어로 말하는데 자신만 못 알아듣는 게 힘들었다. 우리말로 말하면 벌점을 받는 게 특히 싫었다. 유치원에 다닌 지 2주 후부터 “안 가겠다”고 떼를 썼다.
동이 엄마는 “거기 안 가면 너 혼자 영어를 못하게 된다. 그러면 친구들이 바보라고 놀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동이는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엄마가 ‘우리 동이가 의젓하게 대처한다’며 뿌듯해하던 그 순간 아이에게 눈 깜빡임이 나타났다.
초등학교 3학년인 경이는 전형적인 모범생이다. 학원에서도 최상위반에 배정됐다. 이 반은 중학교 과정을 가르친다. 매일 3시간 이상을 공부해야만 끝낼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숙제가 주어지고 이를 못 하면 최상위반 자격을 잃게 된다.
매일 끙끙거리며 숙제를 하는 경이. 가끔은 힘들다고 부모에게 하소연했지만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최상위반에 있으면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엄마 아빠도 기뻐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얼굴 찡그림과 어깨 들썩임, 킁킁 소리내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경이는 “2년 전 초등학교 입학할 때도 2주간 눈 깜빡임이 있었으나 이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태연히 말했다.
동이와 경이는 ‘틱’ 증상을 보이고 있다. 틱은 아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 신체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생의 15%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이 중 일부는 심각할 정도로 악화된다. 이런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틱 증상은 불안과 긴장이 심해지면 나타난다. 예전엔 고등학생은 돼야 학업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을 받아들이기에 너무 어린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른들은 어릴 적 학교를 파하면 적은 양의 숙제만 끝낸 후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주중엔 공부만 하고 주말에 보상 차원에서 조금 놀거나 운동을 한다.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메고 가는 아이들을 자주 본다. 쓸 것 안 쓰고 허리띠 졸라매면서 아이들에게 주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그 가방의 무게를 더하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