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이용해 국내 最古 나한상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박원규 교수, 연륜연대법 이용해 측정 “흥국사 나한상 1538년에 만들어졌다”

흥국사 나한상 밑바닥에 나타난 나이테 모습. 나이테를 자세히 보면 각각 너비가 다른 걸 알 수 있다. 가물 때는 좁고 홍수가 났을 때는 넓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이테가 쌓이면 일정한 무늬가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나무로 만든 건물이나 가구, 불상 등 다양한 사물의 연대를 파악할 수 있다. 충북대 연륜연대소재은행 제공
흥국사 나한상 밑바닥에 나타난 나이테 모습. 나이테를 자세히 보면 각각 너비가 다른 걸 알 수 있다. 가물 때는 좁고 홍수가 났을 때는 넓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이테가 쌓이면 일정한 무늬가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나무로 만든 건물이나 가구, 불상 등 다양한 사물의 연대를 파악할 수 있다. 충북대 연륜연대소재은행 제공
사람은 물론이고 세상 모든 것에는 ‘나이’가 있다. 사찰에 있는 불상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태어난 날로 나이를 계산하지만, 특별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는 한 불상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나이테를 이용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한상’을 찾아냈다. 경기 남양주시 흥국사에 있던 16나한상이 그 주인공이다.

박원규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교수와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등으로 꾸려진 연구진은 나이테로 연대를 알아내는 ‘연륜연대법’을 이용해 흥국사 16나한상이 조선 중종 33년인 1538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전남 순천시 송광사 16나한상(1624년)보다 86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흥국사 나한상은 나무를 심으로 삼고 겉에 진흙을 발라 만든 소조불인 데다, 문헌상으로도 1650년(효종 1년), 1892년(고종 29년) 두 차례 수리했다는 것만 남아 있어 제작연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불상의 바닥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는 데 주목했다. 나무로 만들어졌다면 나이테를 보면 된다는 것. 1년에 하나씩 생기는 나이테는 기후에 따라 너비가 달라지는데, 가뭄이 심한 해에는 좁고 홍수가 난 해에는 넓다. 따라서 같은 시기와 지역에서 자란 나무라면 매년 쌓이는 나이테 무늬는 비슷해진다. 기준이 되는 표준나이테만 있으면 나무로 만든 건물이나 가구의 연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연대를 추정하는 것이 바로 ‘연륜연대법’이다.

연구진은 우선 밑판의 목재조직을 잘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소나무 조직과 동일하다는 걸 알아낸 뒤, 16나한 중 제1·2·4존자와 사자상 바닥의 나이테를 촬영해 총 121년간의 넓고 좁은 무늬를 얻었다. 이를 충북대 목재연륜소재은행에서 작성해 놓은 우리나라 소나무의 표준연대기와 비교한 결과, 마지막 나이테가 1538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1538년에 나무를 베어내 사용했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이마무라 미네오 박사와 공동으로 방사성탄소연대 측정도 실시했다. 그 결과 95% 신뢰도로 1528∼1541년에 만들어졌다는 결론을 얻었다. 방사성탄소연대 분석 결과와 나이테로 분석해 얻은 제작연대가 겹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 덕분에 흥국사 나한상은 올해 2월 28일에 보물 제1798호로 지정됐다.

박원규 교수는 “나한상의 겉보기만으로는 명확한 제작연대를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연륜연대 측정법 덕분에 제작연대를 알아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 국내 목조불상 연구에 연륜연대 기법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연륜학회지 ‘덴드로크로놀로지아(Dendrochronologia)’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박원규 교수#나이테#나한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