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메이저 섬유그룹 비나텍스. 직원이 30만 명인 이 기업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 의료기관으로부터 건강검진을 받는다. 대전 선병원이 40인승 버스를 활용한 이동형 검진센터를 만들어 베트남 전역의 비나텍스 공장 300곳을 순회하는 식이다. 선병원은 연매출 약 39억 원, 순익 약 12억 원을 기대한다. 이 병원이 지난해 해외환자를 유치하면서 생긴 매출의 약 두 배, 순익의 네 배를 의료수출 한 건으로 벌어들이는 셈이다.
○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눈 돌리는 의료한류
선병원처럼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이 큰 성과를 내는 중이다. 본보와 정부가 지난해 3월 시작한 ‘의료수출 프로젝트’의 1년 성과를 잠정집계했더니 25개 병원이 해외진출을 통해 50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국내 모든 병원이 해외환자를 유치해서 거둔 진료수익(약 2391억 원)의 21%에 가깝다.
보건복지부가 의료수출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기 전에도 70여 개의 국내 병원이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상당수가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쓴 맛만 보고 귀국했다. 전문가들은 해외환자 유치로 활발해진 ‘의료한류’를 더 성장시키려면 해외 진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지난해 15만 명. 2009년에는 약 6만 명이었다. 문제는 환자의 3분의 2가 미국 중국 일본 출신으로 특정 지역 위주라는 점이다. 또 환자 유치로 인한 열매는 대형 병원에 집중된다. 그나마 브로커가 진료비의 20∼50%를 수수료로 챙긴다.
○ 의료관광의 성장 둔화에 돌파구
한동우 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개발팀장은 “이대로라면 해외환자 유치 성장세가 5년 안에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해외환자 유치보다 수익이 크다는 점에서 의료수출을 의료한류의 새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지난해 베트남에 진출한 주권 JK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우리 병원의 경우 3년 이내에 현지 환자 수를 국내 의료관광객의 3배 정도로 예상한다. 한국 의료기술에 관심은 있지만 비용문제로 방한을 꺼리는 잠재적 수요층이 생각 외로 많다”고 말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국가가 많고 의료수가 역시 국내보다 높은 곳이 많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성형외과는 매출의 50% 이상을 수익으로 거둔다.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의 수익은 매출의 10∼20% 정도. 소규모 투자와 아이디어로 해외진출의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은 2015년부터 카자흐스탄의 현지 의료기관에 이름을 빌려주고 매출의 5%를 로열티로 받는다는 계약을 맺었다. 세계 각국의 주요 영리병원이 순익의 2∼3%를 로열티로 받는 데 비하면 더 유리한 조건이다.
병원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병원 안의 병원(Hospital in hospital) 모델’도 늘어난다. JK성형외과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한푹 병원의 성형외과 부문 운영권을 따내 JK-한푹병원을 운영 중이다. 현지 병원의 신뢰도와 한국의 의료기술을 접목시킨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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