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지만, 동시에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국에서 오는 불청객인 황사도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에 취약한 시기라는 얘기다.
부쩍 눈이 가렵다거나 눈 주위가 충혈되면 알레르기성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증상은 그냥 방치하면 초여름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 이 경우 알레르기성 결막염일 확률이 높다.
꽃가루, 진드기, 화장품도 알레르기의 원인
김찬윤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이 비만 세포나 백혈구의 일종인 호염기구, 호산구 등에 부착된 특정 항체와 반응해 생기는 일종의 과민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대부분 증상이 경미한 계절성이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이 동반되거나 거대 유두가 결막에 나타나는 형태도 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일부를 제외하곤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주 발생하고 만성적이어서 환자에게 부담을 준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다. 문제는 정확한 항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 때문에 대부분 증상 치료에 중점을 두게 된다.
주변 환경에서 접하는 물질 중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은 주로 꽃가루, 집 먼지, 동물 배설물에 있는 단백질 등이다. 따뜻하고 바람이 많은 봄이 되면 특히 꽃가루로 인해 결막염, 비염, 기관지염, 천식 등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이 일어난다.
집 먼지는 1년 내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 먼지 중에 생기는 진드기, 진드기의 시체나 분변, 사람이나 동물의 비듬과 털, 곰팡이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것들이 무수한 먼지가 돼서 공중에 떠다니고 결막에 달라붙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최근의 주거 환경은 밀폐돼 있는 데다 냉난방 설비가 매우 잘돼 있어 통기성이 나쁘기 때문에 진드기가 살기에 좋다.
이외에도 곰팡이, 미생물 등도 원인이 된다. 보존제가 들어 있는 화장품이 피부와 점막에 직접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만큼 원인 물질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예방 위해선 노출 최소화해야
알레르기 결막염은 대개 양쪽 눈에 나타난다. 갑자기 눈이 가려워지고 충혈되며 따가운 느낌을 갖게 된다. 눈물이 많이 나고, 심한 경우 눈꺼풀이 부풀어 오른다. 결막에 부종이 나타나고 끈끈한 점액성 분비물이 나올 수 있다. 때로는 안구가 눈 주위 조직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도 생길 수 있다.
만성적인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어린이의 경우 눈 아래쪽으로 푸른 멍 같은 피부색깔의 변화가 올 수 있다. 환자에 따라서 눈부심 현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질환은 항원이 제거되지 않는 한 언제나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알레르기 결막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꽃가루가 원인일 경우 바람 부는 날 외출을 피하고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 보호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 눈을 비비면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눈을 비비지 않도록 한다. 가려움증이 심해지면 얼음을 천에 싸서 눈에 마사지하는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인공눈물액은 눈에 들어온 알레르기 유도물질을 희석시키고 씻어주는 효과가 있다. 외출한 뒤 귀가하면 인공눈물액으로 눈을 잘 세척해주는 게 좋다. 진드기나 집 먼지, 곰팡이 등이 원인일 경우 집안 청소를 철저히 하고 환기를 자주 하며, 카펫은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김명준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결막염 초기 증세가 의심되면 깨끗하고 차가운 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면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서 “그래도 낫지 않으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서 처방에 따라 안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 혈관수축제나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점안액 등을 사용하게 된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효과가 빠르지만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녹내장, 백내장, 세균성 감염 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