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리포트]수험생의 코피, 열정 아닌 질병이다

얼마 전 어떤 고등학교 야구선수가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경험을 소개한 기사를 읽었다. 수면 시간은 단 3시간, 코피가 쏟아지면 휴지로 코를 막고 공부를 계속했다. 1주일에 사나흘은 코피를 쏟았고, 문제집은 눈물과 코피로 얼룩졌다는 내용이다. 독자들은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한 학생에게 박수를 보냈을지 모른다.

다만 생각할 문제가 있다. 밤을 새워 가며 공부하면 으레 코피가 터질까. 물론 수면 부족으로 피곤하면 코피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코피가 흐르는 원인은 대개 다른 데 있다. 나이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단순하게 비염이 있거나, 코 점막에 혈관이 돌출돼 코피가 나는 일이 많다. 비염이 있어서 코 점막이 자주 헐거나 코가 막혀서 손으로 코를 자주 후비는 경우에 돌출된 혈관이 터져 코피가 난다.

성인은 주로 코 안의 앞쪽에서 난다. 혈압이 높으면 코 안의 뒤쪽이나 잘 안 보이는 곳에서 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코피가 분수처럼 쭉쭉 솟아오른다. 코 안에 내시경을 넣고 샅샅이 코피가 나는 부분을 찾아 지혈을 해야 하며 코에 심지를 넣고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평소에 코피가 자주 난다면 실내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가습기를 사용해야 한다. 콧속이 마르지 않게 자주 식염수를 콧속에 뿌려 주거나 연고를 발라 줘야 한다.

어린 아이라면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지 확인하고 치료해야 한다. 성인은 코 안의 경계를 이루는 벽이 휘어 코가 막히면서 피가 자주 난다. 이땐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고혈압이 있는 경우엔 반드시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아스피린을 먹는다면 당분간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김선태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간혹 코피가 뇌출혈과 관계가 있는지 묻는 사람이 있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아주 드문 질환이지만 ‘유전성 출혈성 혈관확장증’이라는 게 있다. 평생 코피로 고생하는 질환이다. 이 경우엔 다른 부위에도 혈관 기형이 있는지 추가로 검사할 필요가 있다.

코피가 날 때 머리를 뒤로 젖히고 콧등을 누르면 안 된다.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코피가 나는 콧구멍에 솜을 넣어야 한다. 이어 엄지와 검지로 코를 잡고 강하게 5분 정도 압박해야 한다. 목뒤로 넘어가는 코피는 뱉어 내야 한다. 계속해서 피가 나면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지혈해야 한다.

청소년이 코피 터지게 공부했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얘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코피를 흘려야 보상을 얻는 것은 아니다. 코피는 하나의 질병이다. 병원에 가야 할 사항이란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선태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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