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태블릿PC에 밀려 노트북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태블릿PC가 노트북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진 않겠지만, 판매율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음이 증명됐다. 이에 인텔을 주축으로 한 국내외 주요 PC제조사 연합은 지난 해 '울트라북(Ultra-book)'이라는 잘 빠진 노트북 제품군을 선보이며 태블릿PC 공세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도 썩 괜찮았다. 울트라북은 크기와 외형 등에서 태블릿PC와 비슷하지만, 일반 노트북과 같은 성능과 호환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블릿PC에 밀리지 않는 수려한 디자인까지 가미되며 노트북 시장 부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 선봉에 LG전자 울트라북 Z360이 자리했다. 리뷰를 위해 한달 동안 사용해 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래과 같다.
'이런 수준의 울트라북이면 태블릿PC에 전혀 밀리지 않겠네'
LG Z360(리뷰용 모델: Z360-GH60K)은 인텔 3세대 코어 i5 프로세서와 8GB 메모리, 128GB SSD를 내장한 순백의 울트라북이다. 본체 전체가 하얀색으로 뒤덮어 순결한 느낌마저 든다. 크기는 13인치 노트북 급이지만 두께도 얇고 무게도 가벼워 태블릿PC를 연상케 한다. 전원어댑터를 제외하면 1.15kg 정도다. 9~10인치 태블릿PC가 700~800g이니 무게에 있어 큰 부담은 없을 듯하다. 실제로 한달 동안 백팩에 넣어 다녔는데 일반 노트북보다는 역시 한결 가볍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눈으로 직접 보면 더 이상 논할 게 없을 정도다. 그 유명한 독일 iF 디자인상(iF product design award)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dot design award)를 본상을 수상한 제품이다. Z360을 처음 보는 주변인들의 한결 같은 반응은 '예쁘다'였다. 예전 같았으면 '성능은 어때?'가 먼저 나왔을 텐데, 노트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히 바뀌긴 바뀌었다.
커버도 내부도 바닥도 온통 순백색이다. 디스플레이와 그 주변만 검정색이다. 예쁜 건 분명한데 하얗다 보니 때가 쉽게 탈 수 있다. 특히 키보드 쪽의 양 손목이 닿는 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미백의 디자인을 위해 무광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제품에 포함된 키스킨을 키보드에 덮으면 키보드 좌측 특수 기능 키는 주황색이 된다.
키스킨 얘기가 나왔으니 이에 대해 짧게 언급한다. Z360의 키스킨은 말랑말랑한 고무재질로 얇게 만들어 키보드 부분에 덮으면 착 달라 붙고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키스킨 제조 상태만 봐도 LG전자가 Z360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키스킨을 덮으니 키보드 타이핑 감은 약간 무뎌지는 느낌이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키감이 명확하지 않아 고속 타이핑 시 약간 멈칫할 수 있다. 익숙해 지면 한결 나을 테다. 한편 터치패드는 순백 디자인의 통일감을 유지하기 위해 마우스 좌우측 버튼까지 평평하게 처리했다. 물론 보기는 좋은데 클릭느낌이 없으니 이질감이 들곤 한다. 터치패드 영역이 넓어 조작은 편하지만, 타이핑 시 양 손목이 터치패드에 닿아 가끔은 오타를 유발한다(마우스 사용 시 터치패드를 잠글 순 있다).
본체 좌우측으로는 USB 3,0 포트 2개와 유선 랜 포트(젠더 연결), HDMI 포트,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 2개가 있다. 두께가 얇으니 다양한 입출력 포트를 마련하기가 어려웠을 테다. 한가지 의아한 건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을 제공한다는 것. 그것도 두 개나. 이는 아마도 스마트폰의 외장 메모리 슬롯과 동일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즉 SSD 128GB만으로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면 마이크로SD 메모리 두 개를 꽂아 저장공간을 보충하라는 의미다. 물론 SSD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문서나 음악, 동영상 파일 등을 저장해 사용하기에는 큰 무리 없을 테다. 참고로 현재 마이크로SD 메모리 64GB 제품이 4~5만 원대에 판매된다.
한가지 칭찬하고 싶은 건 커버를 한 손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평소에 노트북을 자주 사용하는 이라면 이게 얼마나 편리한지 공감할 것이다. 한 손으로 커버를 열어도 본체가 들썩거리거나 움직이지 않는다(특히 전화 받으며 커버 열 때 주효하다). 성능이나 기능이 비슷하다면 이렇게 사용자를 위한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함이 당연하다.
더불어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도 있다. 옥 같은 디자인에 티로 인식될 광고 스티커다. 키보드 아래 부분에 인텔 관련 스티커 3개, LG서비스 정보 스티커 1개가 붙어 있다. 제휴사와의 계약으로 반드시 붙어야 한다면 크기를 줄이거나 위치를 바꾸는 게 좋을 듯하다(아니면 떼기 쉽게 붙여 놓든가). 화장 곱게 하고 군용위장크림을 덧칠한 격이다.
극찬이 아깝지 않은 IPS 디스플레이의 위용
IPS 디스플레이는 LG전자의 자랑이다. TV는 물론 모니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까지 IPS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이 IPS 디스플레이는 '레티나'라는 이름으로 애플 아이폰에도 들어간다. 그런 IPS 디스플레이의 진수를 Z360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정말 극찬이 부족할 정도로 깨끗하고 세밀한 화면을 출력해 낸다. 13인치 화면인데 해상도는 1,920 x 1,080(풀HD)이다. 일반 동급 노트북 해상도의 1,366 x 768에 비해 월등한 화질이다. 물론 그만큼 화면은 약간 작게 보이지만, 눈이 아플지언정 이 화질은 고수하고 싶다.
우선 Z360은 가장자리(베젤)를 최소화하고 디스플레이와 함께 까맣게 처리해 한결 크게, 깔끔하게 보인다. 디스플레이 두께도 대단히 얇다. IPS 디스플레이의 특징인 넓은 시야각도 그대로다. 상하좌우 어느 각도에서 화면을 봐도 원래 색, 원래 화면, 원래 화질 그대로 보인다. 이는 Z360뿐 아니라 IPS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TV나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특히 다양한 각도로 사용되는 노트북이라면 넓은 시야각은 필수 요소라 할만 하다.
테스트해 보니 Z360 디스플레이의 위력을 체험하는 데는 역시 영화감상 만한 게 없는 듯했다. 풀HD 화질과 선명한 색감, 화려한 그래픽이 어우러진 영화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를 테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Avatar, 2009)'나 이안 감독의 '라이프오브파이(Life of Pi, 2012)'와 같은 영화다. 물론 블루레이 타이틀이어야 한다. Z360으로 재생한 1080p 풀HD 화질의 라이프오브파이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어쩜 이리도 화질이 깨끗하고 색감도 선명할까. 이 정도 화질이면 13인치 화면으로도 아주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겠다. 가까운 LG 베스트샵 등에 나가 Z360의 화질을 직접 확인하면 이게 괜한 소리가 아님을 인정할 것이다.
영화뿐 아니라 윈도 사용 시에도 마찬가지다. 윈도8의 메트로UI(메인) 화면 역시 그동안 봐 왔던 다른 PC의 화면보다 훨씬 우수하다. 1,920 x 1,080 해상도라 표시되는 영역도 넓다(물론 그만큼 각 아이콘 크기는 작다). 특히 액셀 문서 작업, 사진 편집 작업에 유리하다. 화질도 좋을뿐더러 화면에 보이는 부분도 넓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 여러 창을 띄워 놓고 작업하기에도 노트북치고는 나쁘지 않다. 아울러 Z360의 커버는 거의 180도에 가깝게 젖혀 진다.
윈도 글자가 작아 불편하다면?
Z360과 같이 고해상도 화면으로 윈도 내 글자가 작아 불편하다면 윈도 설정에서 글자 크기를 크게 하면 된다. 윈도 바탕화면을 마우스 오른쪽 버튼 클릭한 후 ‘개인설정’ 창에서 좌측 하단의 ‘디스플레이’ 항목을 선택한 다음, 항목의 크기를 ‘작게’, ‘중간’, ‘크게’ 등으로 바꾸면 된다. 이에 대한 사용자의 문의가 많았는지 LG전자는 이 설정법을 Z360 홍보물에 삽입해 뒀다.
본 리뷰어는 한달 남짓 Z360을 사용하면서 업무적 용도보다는 영화감상 용도로 더욱 활용했다. Z360에는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없어 리핑(ripping, 영상/음악 추출) 후 감상해야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판단됐다. 이외에 포털 사이트의 영상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단 아직까지는 HD화질-720p 밖에 제공되지 않는다). Z360으로 영화를 보다 보니 저급 화질의 대형 화면보다 13인치의 풀HD 화면이 본 리뷰어의 눈에는 훨씬 좋게 보였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인근에 LG전자 대리점이나 노트북 판매점이 있다면 Z360을 통해 풀HD 영상을 재생해 보라. LG전자가 왜 그리 IPS 디스플레이 기술에 자신 있어 하는지, 왜 이리 본 리뷰어가 광분하는지를 알게 된다.
성능은 무난, 디테일은 유난?
서두에 언급한 대로,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와 메모리 4~8GB, 여기에 SSD까지 가미됐다면 전반적인 처리 성능이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울트라북은 기본적으로 일반 노트북에 비해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대신 성능을 다소 낮춘 제품군이다. 특히 그래픽 성능이 그러하다. 울트라북은 게임용이 아니기에 당연하다. 물론 요즘 인텔 내장 그래픽(HD4000)의 성능이 나름대로 일취월장해 웬만한 국내 온라인 게임은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다('무난'의 기준이 좀 모호하지만, 온라인 게임 자체를 즐기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Z360도 그렇다. 모든 온라인 게임을 테스트해 보진 못했지만 '스타크래프트2' 정도는 큰 무리 없이 실행해 냄을 확인했다(물론 성능 옵션 조정이 필요하다). 유일하게 즐기는 온라인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의 경우 데스크탑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준의 성능은 발휘했다. 본 리뷰어 역시 게임에는 큰 관심이 없어 더 이상 테스트하진 않았다. 하긴 울트라북으로 게임 성능을 테스트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당연히 일반 태블릿PC와는 비교할 수 없이 월등한 성능이다. 두 제품군의 성능을 비교하는 것도 번지수가 다르지만, 태블릿PC가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면 Z360은 '엔터테인먼트+프러덕티비티(productivity, 생산성)' 기기라 하겠다. 태블릿PC로 할 수 있는 건 Z360으로도 할 수 있지만, Z360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태블릿PC가 할 수 없는 건 더러 있다.
또 하나, Z360은 부팅 속도가 남다르다. 광고문구에서는 '6초'라 돼 있는데 실제로도 그와 비슷한 수준이다. 어느 때는 6초도 안 걸리고 어느 때는 2~3초 더 걸리기도 한다. 확실한 건 전원 켜고 윈도 사용 대기 상태까지 10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 외부 미팅 시 동시에 전원을 켜면 상대방의 노트북은 윈도 로고가 흘러가는 동안 Z360은 진작에 바탕화면까지 나타났다. 상대방은 당연히 놀라며 부러워한다. 체감적 성능 측정의 갑(甲)은 역시 부팅속도다.
참고로 사용 중 커버를 닫으면 최대절전모드로 전환되는데, 이때 커버를 열어 이전 상태로 복귀하는 데는 2~3초면 족하다. 태블릿PC처럼 즉시 사용이 가능한 셈이다. 윈도8 역시 태블릿PC에도 탑재되는 운영체제라 이전 윈도와 달리 시작/종료 버튼이 없으니 굳이 끌 필요 없이 커버만 열고 닫으면 되겠다.
성능 혹은 사양과 관련해 아쉬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유선 랜이 기가비트(1000Mbps)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넷 이용에는 아무 지장 없으나 내부(로컬) PC간 연결 시 최대 100Mbps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이는 평소 기가비트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만 국한되는 아쉬움이라 단점이라 지적할 순 없다.
태블릿PC 사용자도 탐낼 만한 울트라북, LG Z360 LG Z360 제품 패키지에서 자그마한 디테일을 또한 발견했다. 이동용 종이백이다. 즉 대리점이나 매장 등에서 Z360을 직접 확인한 후 전용(?) 종이백에 넣어 가져가라는 배려다. 일반적으로 제품 상자 상단에 손잡이를 달아 놓은 형태가 아니다. 흘려 넘길 수준의 소소한 구성이지만 본 리뷰어는 이 종이백에서 LG전자가 Z360에 거는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체감했다. 그동안 LG전자가 이랬던 적이 있었던가. 이왕이면 전원어댑터까지 흰색으로 통일했으면 순백의 디테일이 확 살 뻔 했다.
어찌됐든 Z360은 침체된 노트북/울트라북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혹은 시장 존립을 유지할 상당히 괜찮은 울트라북 임은 분명해 보인다. 가격대도 동급 사양의 울트라북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면서 Z360은 1920(가로 기준)의 고해상도를 지원한다. 인텔 코어 i5 모델 외 코어 i7, i3 모델도 출시되니 자신의 노트북 활용 패턴과 예산 등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그래도 태블릿PC를 살 생각이면 태블릿PC를 사면 된다. 다만 좀더 생산적인 작업을 처리하려면 Z360 같은 울트라북이 필요하다.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있다 해도 Z360은 충분히 탐낼 만한 울트라북이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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