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성능 경쟁이 비단 오늘내일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사용자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사용자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귀’다. 사용자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사들이 각종 최신 음향 기술을 스마트폰에 도입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음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세가지다. 스마트폰 본체에 탑재된 ‘사운드 칩셋’, 음을 처리하는 ‘음향 기술(사운드 코덱+음장 기술)’, 음을 사용자에 전달하는 ‘헤드셋’을 들 수 있다. 셋 중 하나라도 뒤떨어지면 사용자들의 평가가 급격히 나빠지기 마련이다. 셋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제조사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아보자.
소리의 시작, 사운드 칩셋
사운드 칩셋이란 디지털 신호를 소리로 바꿔주는 장치다. 다시 말해 0과 1로 구성된 MP3 파일(음성 파일)을 우리가 들을 수 잇는 음악으로 바꿔준다는 것. 이 장치가 없으면 애당초 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PC, 노트북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에도 빠짐없이 들어간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사운드 칩셋은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시장이다. 미국의 ‘퀄컴’, ‘TI’, ‘시러스 로직’, 영국의 ‘울프슨’, 일본의 ‘야마하’ 등 여러 회사가 겨루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사용자는 이 가운데 울프슨, 퀄컴, 야마하, 시러스 로직의 사운드 칩셋을 주로 만나볼 수 있다.
과거에는 울프슨과 시러스 로직의 사운드 칩셋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회사 역시 제품 개선에 심열을 기울인 결과, 음의 품질은 거의 대등해졌다. 인간의 귀로는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고, 정밀 계측기에서만 조금 차이 날뿐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고급 스마트폰 갤럭시S, 갤럭시노트 제품군에 울프슨과 야마하의 사운드 칩셋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직접 밝힌 내용은 아니지만, 아이픽스잇(iFix it), XDA 디벨로퍼 등 해외 IT 사이트에 따르면 갤럭시S와 갤럭시S3 그리고 갤럭시노트2는 울프슨, 갤럭시S2는 야마하의 사운드 칩셋을 탑재했다. 갤럭시S4는 제품별로 울프슨(해외), 야마하(국내), 퀄컴(해외, 스냅드래곤 탑재 제품)의 사운드 칩셋을 혼용 중이다.
LG전자는 과거에는 울프슨, TI, 퀄컴의 사운드 칩셋을 혼용했지만, 현재는 퀄컴의 사운드 칩셋 위주로 사용하고 있다. 팬택은 울프슨과 퀄컴의 사운드 칩셋을 함께 사용하다가, 퀄컴 위주로 바꾼 상황이다. 애플은 과거 아이폰3GS에 울프슨 사운드 칩셋을 탑재했지만, 아이폰4 이후로 시러스 로직의 사운드 칩셋을 채택하고 있다.
퀄컴 관계자는 “퀄컴 사운드 칩셋이 스냅드래곤처럼 따로 브랜드화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속적인 연구, 개량을 통해 사용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음질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프슨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울프슨의 칩셋을 채택하는 것은 그만큼 울프슨의 사운드 칩셋 기술이 뛰어나단 증거”라며, “울프슨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매우 비중 있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소리를 가공한다, 음향 기술
음향 기술은 소리의 품질을 유지하며 용량을 줄이거나(사운드 코덱), 음을 보다 풍부하게(음장) 하는 기술이다. 즉, 소리를 가공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특정 사운드 코덱이 없으면 해당 사운드 코덱을 적용한 동영상의 음성을 들을 수 없다. 동영상을 재생했는데 음성이 들리지 않는 까닭은 스마트폰에 사운드 코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돌비’와 ‘DTS’다. 돌비는 자사의 사운드 코덱(AC3)을 LG전자와 팬택의 모든 스마트폰에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예전 스마트폰은 물론 옵티머스G 프로, 베가아이언 등 최신 스마트폰에서도 AC3 코덱을 채택한 동영상의 음성을 기본 동영상 재생기로 재생할 수 있다(따로 설치한 동영상 재생기에선 불가). 삼성전자의 일부 스마트폰도 돌비의 사운드 코덱을 기본 탑재했다.
또한 돌비는 자사의 음장 기술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LG전자와 팬택의 고급 스마트폰에 제공하고 있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가 적용된 스마트폰은 헤드셋을 꼽으면 음장 기술을 활성화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는 음장 기술을 활성화 할 수 없으니 주의할 것. 돌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내장된 스피커는 아직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적용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아마존의 태블릿PC ‘킨들파이어’는 내장 스피커로도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
DTS도 자사의 사운드코덱(DTS)을 LG전자와 팬택의 최신 스마트폰에 제공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사운드코덱 라이선스를 맺지는 않았다. 또한 DTS는 얼마 전 합병한 SRS의 음장 기술을 삼성전자의 일부 유럽, 남미향 스마트폰에 제공하고 있다. SRS의 음장 기술은 과거 갤럭시S에 탑재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자체 음장 기술 ‘사운드 얼라이브’를 갤럭시S3에 적용했고, 이후 고급 스마트폰에 일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리의 마무리, 헤드셋
스마트폰으로 음을 듣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헤드셋이다. 많은 제조사가 자사 스마트폰과 함께 제공하는 기본 헤드셋(소위 번들 헤드셋)의 품질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작은 LG전자와 애플이다. LG전자는 노이즈 없이 섬세한 음질을 들려주는 것이 특징인 고급 헤드셋 ‘쿼드비트’를 제작하고, 옵티머스G와 그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에 동봉하고 있다. 애플은 귀에 딱 맞는 형태로 제작해 편안한 착용감과 균형감있는 소리를 들려주는 헤드셋 ‘이어팟’을 아이폰5와 함께 제공한다.
팬택과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팬택은 베가넘버6와 베가아이언에, 삼성전자는 갤럭시S4에 자사의 신형 헤드셋을 적용했다. 더 뛰어난 음질을 제공하면서 번들 헤드셋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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