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원 전국 1139곳 실태조사
비전문의 투약과정서 사고 위험성 “의학교육때 마취과 실습 강화해야”
수술실을 운영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0곳 중 4곳이 마취과 전문의 없이 수술하는 걸로 나타났다. 자칫하면 환자가 위험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한국보건의료원의 보고서(마취 관리 정책의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수술실이 있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139곳 가운데 마취 전문의가 없는 곳이 418곳(36.7%)이었다.
종합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급은 더욱 열악했다. 803곳 가운데 마취과 의사가 없는 곳은 396곳((49.3%)이었다. 치과병원은 21곳 중 4곳만 마취 전문의가 근무했고, 한방병원 2곳은 상주하는 마취과 의사가 아예 없었다. 연구진은 “상당수 병원이 마취과 전문의 없이 마취를 하거나 병원을 옮겨 다니며 수술에 참여하는 출장 마취과 의사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마취 진료의 품질 관리가 부실하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현재 보건 당국의 의료기관인증평가에는 마취 안정성 확보를 위한 ‘마취진정관리’ 기준이 있지만 중소병원에 적용되지 않는다. 중소병원이 자발적으로 평가를 받겠다고 신청하지 않으면 마취 관리가 얼마나 잘되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의학 교육 과정에서 마취과 실습을 강화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의대 33곳 중 14곳만 마취통증의학 실습을 필수과정에 넣었다. 나머지 19곳에서는 이 수업이 선택 과정이다. 연구진은 “마취 관련 의료사고의 대부분이 마취 전문의가 아닌 외과의 또는 시술의의 투약과정에서 생겼다. 전문 인력과 관리가 모두 부실해 이런 사고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마취과학회는 열악한 마취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할 때 마취 담당 의사의 이름을 기재하는 ‘마취 실명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전문의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취과 의사와 일반 의사의 마취 진료비를 다르게 책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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