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클리닉에 67세 남성 환자가 찾아왔다. 현재 고혈압과 이상지혈증 치료를 받는 중인데 배가 자꾸 나오니 아무래도 복부비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해 보니 내장 지방량이 많은 복부 비만이었다. 근육량은 많이 줄어 있었다. 그는 혼자서 저녁을 굶는 다이어트를 수년간 해왔지만 체중은 줄지 않고 건강이 걱정돼서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72세의 다른 남성 환자도 체중 때문에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그는 10년 전 뇌중풍(뇌졸중)을 앓았다고 했다.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다리의 근력이 감소된 상태. 이런 와중에 체중은 점점 늘었다. 결과는 고도비만이었다. 운동이나 재활치료를 전혀 하지 않아 근육량이 줄어 있었다. 이런 때에는 뇌중풍이 재발할 확률이 높다.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상태였다.
이처럼 비만클리닉을 찾는 노인이 크게 늘면서 진료실 풍경이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대부분 젊은 여성이었다. 미용과 관련한 이유, 예를 들어 체형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요즘에는 미용상의 목적과 함께 건강과 관련된 이유로 찾는 비율이 늘었다. 직장에 다니는 남성, 폐경 후의 중년 여성, 노인 중에서 특히 비만으로 병원을 찾는 노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노인 비만의 특징은 근육이 적으면서 체지방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우리 몸은 50세 이후부터 전체 근육량이 매년 1∼2% 감소한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근육량은 가파르게 감소한다. 대부분 하체 근육량이 감소한다. 비만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질환의 위험, 특히 낙상의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다.
병원을 찾는 상당수의 노인 비만 환자는 비만을 해결하는 데만 관심을 가진다. 더 중요한 점은 근육량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일인데도 말이다.
노인이 체지방을 줄이려면 가벼운 걷기나 수영이 좋다. 근육량을 늘리는 건 시간이 걸리겠지만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체조가 도움이 된다. 계단 오르기,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빠르게 걷기, 탄성밴드를 이용한 운동도 쉽게 할 수 있다. 식사는 탄수화물 위주로 하기보다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요즘 같은 수명 연장의 시대에는 오래 사는 문제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삶을 즐기고 누리며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도 건강을 잘 유지하면 한국은 어느 나라도 따라잡지 못할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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