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 폐지 6월 결론… 2016년 이후로 미룰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0일 03시 00분


■ 복지부-의대협 5월중 의견수렴

의료계의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인턴제 폐지’가 2015년에서 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의대·의전원협의회는 다음 달 15일까지 연기 시점을 결론 낼 예정이다. 동아일보DB
의료계의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인턴제 폐지’가 2015년에서 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의대·의전원협의회는 다음 달 15일까지 연기 시점을 결론 낼 예정이다. 동아일보DB
서울의 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4학년인 이모 씨(27)는 내년 1월 의사 국가고시를 치른 뒤 입대하기로 결심했었다. 정부가 2015년 인턴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군대 이등병 생활에 비견되는 인턴의 마지막 세대가 되는 것보다 전역 뒤 새 제도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초 3월 입법예고하려던 ‘2015년 인턴제 폐지’가 의료계의 반발로 지연되면서 이 씨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 씨는 “정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군대에 가야 하는지 아닌지 혼란스럽다. 국가고시에 집중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 2015년 인턴 폐지 지연… 혼란 커져

인턴을 피하기 위해 휴학을 결정한 학생들은 현재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유모 씨(33)는 “인턴이 어차피 없어지기 때문에 출산을 하고 2015년 이후에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려던 계획이 헝클어졌다”고 말했다.

인턴 폐지는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의대를 졸업한 고급인력에게 1∼2개월이면 습득할 수 있는 내용을 1년 동안 교육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인턴 업무가 간호사와 겹치는 때가 많고 잡무가 몰려 있는 데다 노동시간이 길어 인권침해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2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의료계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지난해 2월 2015년 인턴제를 폐지하고 뉴레지던트(NR)제를 도입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려 했지만 의대생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의대생 대표가 TF에 참가해 논의를 재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다시 입법예고하려 했으나 다시 지연되고 있다.

복지부와 의대생 대표는 현재 인턴 폐지라는 목표에는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행 시기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의대생들은 2018년 이후 순차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조원일 의대·의전원협의회(의대협) 총학생회장은 “2015년 폐지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입시제도를 바꾸는 격이다”라며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대생 7000여 명이 참여한 의대협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64.5%의 학생들이 2018년 이후 폐지에 동감했다. 2015년 폐지 주장(35.5%)보다 30%포인트가량 많다.

○ “의사고시에 실기 반영돼 경험미숙 보완”


복지부도 의대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태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15년 이상 해묵은 의료계의 과제다. 의사 국가고시에 실기 점수가 반영돼 인턴제가 없어지면 의사의 임상경험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적다”면서도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제도인데 학생들이 반대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진영 장관의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와 의대협은 5월 중 두 차례 토론회에 참가해 의료계 의견 수렴에 나선다. 6월 중에는 의대생을 상대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 할 계획이다. 결론은 양측이 입법예고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6월 15일 이전에 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턴제 폐지가 최소 2016년, 최대 2018년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15년 폐지가 2년에 걸쳐 추진됐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다. 때문에 2018년 또는 2020년까지 또다시 미뤄지길 바라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라며 “결국 2016∼2018년에서 복지부와 의대협이 타협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의 민지영, 박은혜 씨가 참여했습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

댓글 6

추천 많은 댓글

  • 2013-05-20 08:51:07

    교수, 학생들 모두 2105년에 인턴 폐지되는걸로 알고 실습 교육 강화등으로 준비해왔는데 뭐라고? 복지부 장관 마음 대로 이래도 되는건가? 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막무가내 독재도 이런 독재가없다. 졸업유예한 학생들과 이에대비공부 죽도록 열심히한 재학생은 뭐가되나?

  • 2013-05-20 08:55:36

    2018년 2020년에 또 시행시기 묻는 설문조사 해봐라 그때도 보나마나 똑같을거다. 도대체 어떤 나라에서 학생들 인기 투표로 교육정책을 결정하나? 얼빠진 사람.어의 상실이다.

  • 2013-08-11 21:10:13

    해마다 인턴이나 전문의 대형병원 지원의 들이 미달이다. 환자 수 많을수록 의사들은 고생한다는 점. 형님이 경희의대 교수 동생이 서울의대 출신.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