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죽 전문업체인 본죽이 생긴 이후로 죽은 환자가 회복할 때 먹는 음식에서 누구나 먹는 대중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본죽 제공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장수를 바라지만 그것이 제 곁에 있음을 모르네. 간단하고 좋은 방법을 내 알고 있으니 그저 죽을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것을….’
중국 남송의 대표 시인 유규가 쓴 ‘식죽’이라는 시다. 유규는 장수의 비결로 주저 없이 죽을 꼽고 있다. 허준도 ‘동의보감’에 죽은 정신이 맑아지는 음식이라고 서술했다. 예나 지금이나 속이 아프거나 쓰릴 때 죽을 찾는 건 마찬가지였나보다.
죽의 효능은 현대 의학에서도 입증됐다. 죽은 현대인의 고질병인 위염과 소화불량에 탁월한 효능을 지녔다. 위에는 위를 보호하는 점막층이 있다. 위액이 과다 분비되면 위 점막이 얇아져 염증을 일으킨다. 이것이 심해지면 위염으로 발전될 수 있다. 하지만 죽은 위 점막을 보호한다. 죽이 지친 위를 달래는 데 효과적인 이유다.
실제 흰 쌀밥, 밀가루 음식, 죽의 소화 흡수를 비교한 연구가 진행됐다. 국내 한 대학병원이 음식물 섭취 1시간 뒤 위에 남아 있는 음식물을 체크했다.
그 결과 밀가루가 가장 소화가 덜 됐다. 죽은 대부분 소화가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한 대학병원은 만성 위궤양 환자에게 죽을 7개월간 섭취하게 해 효능을 본 적도 있다.
죽은 대부분의 끼니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직장인들에게 좋다. 외식 메뉴는 나트륨과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자극적이거나 기름진 음식이 많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6년 이후 5년 동안 소화불량 환자가 연평균 5.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죽을 먹으면 소화불량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직장인 강모 씨(38)는 “과음 이후 일주일가량 속쓰림이 계속됐다. 외식을 주로 하기 때문에 위궤양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죽을 하루 한 끼씩 먹은 지 3일 만에 회복됐다”고 말했다.
죽은 여름철에 먹으면 효과적이다. 여름에는 찬 음식을 자주 섭취하게 된다. 냉방이 잘되는 공간에 자주 머물게 된다. 그래서 체내 적정온도인 36.5도를 유지하기 어렵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름철 소화불량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많은 이유다.
죽을 먹으면 찬 음식으로 냉해진 속을 데워주고 위장을 편하게 돕는다. 특히 쇠고기 야채죽은 영양만점의 쇠고기와 신선한 야채가 어우러져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호박 양파 감자 표고버섯 등 야채에는 식물성 섬유질이 풍부해 든든하면서도 소화를 도와준다.
시중에 나온 죽들도 진화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메뉴가 개발돼 죽 애호가들을 노리고 있다. 남성에게는 전복 삼계 등이 들어간 보양죽, 과음한 뒤 속을 풀 수 있는 해장죽이 인기있다. 죽이 해장음식으로 인기를 끌자 죽 업체들은 얼큰한 짬뽕죽 해장김치죽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해장죽은 일본에서도 인기있다. 일본 사람들은 쌀죽에 매실 절임인 우메보시를 곁들이거나 녹차를 함께 넣고 끓인 오차쓰케죽으로 해장을 한다.
젊은 여성들에게는 다이어트 이후 몸을 보호하는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위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조미료가 적고 소화가 쉬운 유동식이 필요하다. 죽은 최대한 자극 없이 음식물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다.
2002년 죽 전문업체인 본죽이 생긴 이후로 죽의 역할은 환자식에서 대중음식으로 진화했다. 메뉴도 다양해졌다. 흰 쌀죽에 몇 가지 고명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맛을 가진 메뉴가 속속 등장했다. ‘죽은 곧 환자식’이라는 공식은 이제 사라졌다. 본죽은 이런 흐름을 이끌면서도 건강이라는 본질에는 충실했다. 본죽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죽을 개발해 속속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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