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꿈나무 1600여명 ‘아이디어 축제’ 후끈 달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 12∼17일 美 피닉스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 르포

5월 12일 전 세계 예비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인텔 ISEF 2013’이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렸다. 16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1년 가까이 진행한 과학 연구 내용을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인텔 제공
5월 12일 전 세계 예비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인텔 ISEF 2013’이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렸다. 16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1년 가까이 진행한 과학 연구 내용을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인텔 제공
미국 서부에 위치한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는 5월 중순임에도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나들어 숨이 막혔다. 그러나 도시 한가운데 있는 컨벤션센터에서는 날씨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넘쳐났다. 이달 12∼17일 엿새간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국제 과학 행사인 ‘제64회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ntel ISEF) 2013’에 참가한 전 세계 1600여 명의 예비 과학자들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3학년생인 참가자들은 수개월에서 1년여 동안 연구한 결과를 다른 팀과 관람객, 심사위원에게 뽐냈다.

○ 노벨상 수상 꿈꾸는 축제의 장

“참가자들 중에서 언젠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웬디 호킨스 인텔 재단 이사는 행사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비영리 단체인 ‘과학대중협회(Society for Science & the Public)’ 주관으로 1950년 처음 열린 이 대회는 1997년부터 인텔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인텔 ISEF’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1600여 명의 참가자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갖가지 과학 관련 대회를 통해 선발된다. 각국 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과학경진대회에 참가하는 전 세계 청소년은 한 해 700만 명에 달할 정도.

참가자 1600여 명 중 특별상과 17개 세부 연구 분야별 1∼4등상, 영예의 대상인 인텔 고든 무어상까지 포함하면 절반인 800여 명이 상을 받는다. 이 때문에 시상식만 5시간 이상 걸렸다.

참가자들은 12일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한눈에 보여 주는 전시물을 직접 설치했다. 13일 개막 행사를 치렀고 14일에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영어로 연구 내용을 직접 발표했으며, 15일에는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연구결과를 선보였다. 다른 팀과의 경쟁도 있지만, 서로의 신선한 연구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축제의 개념이 더 크다.

70세 할머니부터 어린이 관객까지 연령을 불문하고 미래 과학도들에게 “어떤 아이디어로 어떤 연구를 진행했느냐”며 진지한 질문을 건네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유사한 주제로 연구를 하는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의 교류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김현준 군(서울 선덕고 2학년)은 “과학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만나 보니 미래에 대한 열정이 더 강해졌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 한국팀, 7개 상 수상으로 마무리

차오름, 최미림, 윤하영 양(왼쪽에서 두 번째부터)이 자신의 연구 성과물을 전시한 부스에서 외국인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애리조나=김민수 기자 minsa@donga.com
차오름, 최미림, 윤하영 양(왼쪽에서 두 번째부터)이 자신의 연구 성과물을 전시한 부스에서 외국인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애리조나=김민수 기자 minsa@donga.com
한국은 1999년부터 참가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본상 3개, 특별상 4개를 수상했다. 진주제일여고 김아현·최진주·하우현팀은 ‘최적의 보텍스링에 대한 연구와 활용 방안’을 주제로 지구과학분야 4등상, 동두천고 주수경·방수민 팀은 ‘한국산 나비의 시맥분석을 통한 과별 특징에 관한 연구’로 동물과학분야 4등상, 보영여중 차오름·최미림·윤하영 팀은 ‘석재의 물리적 파괴 특성에 따른 주먹도끼의 효율적 타제 형태 연구’로 물리&천체분야 4등상을 수상했다. 한국 참가자들은 ‘한국청소년과학대전(ISEF-K)’을 통해 대표 학생을 선발한다. 2010년 시작된 ISEF-K는 전국과학전람회, 청소년 과학탐구반,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등 수상자를 모아 다시 경쟁을 벌이는 행사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특히 연구비 지원이 적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주수경 양은 “외국 학생이 진행한 박테리아의 패턴에 대한 연구를 보고 나니 연구비가 조금만 더 있었으면 우리가 저런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장 창의적인 세계 학생들과 겨루는 ISEF에 참가해도 입시에 실질적 혜택이 없어 우수한 학생들을 좀 더 많이 유인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과학 꿈나무들이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진짜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이다.

애리조나=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제64회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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