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는데 중병이 생겼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면 피해 당사자는 황당하다. 의료나 법률 지식이 없다면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하다. 이럴 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발간한 의료분쟁 상담사례집을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4월 의료중재원이 출범한 뒤 연말까지 접수한 2만6831건 중 자주 발생한 사례 150건을 담았다. 이 사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의료분쟁이 생겼을 때 도움이 된다. 》
① 감기몸살과 복통으로 병원에서 X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이상 없다고 했다. 약 처방을 받고 돌아가는데 더 아파졌다. 다른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맹장염이었다. 이미 복막염이 됐고 한 달간 입원해야 했다. 첫 병원에 오진 책임을 물을 수 있나.
―병원에 왔을 때부터 복통이 있었다면 종합검사를 해 정확한 진단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약 즉시 검사를 할 수 없었다면 다른 병원으로 보낼 의무가 있다. 당시 맹장염 의심증상이 있었는지, 언제 복막염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병원의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② 평소 고혈압이 있는데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혈압이 올랐지만 의료진은 혈압 약을 처방하지 않고 기다려 보자고 했다. 갑자기 한쪽 눈이 안 보이고 팔다리 힘이 약해져 검사해보니 뇌경색이었다. 제때 혈압 약을 주지 않은 책임이 없나.
―고혈압 약은 피가 굳는 것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수술 뒤 혈종의 발생 확률을 낮추려고 수술 전 고혈압 약을 끊도록 한다. 혈액응고 장애와 뇌경색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는 의료인 재량이다. 단 나쁜 결과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병원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③ 척추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오른쪽 다리가 마비됐다.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집도한 의사가 이직했다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척추수술 뒤 다리 마비가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의사 잘못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손해배상 범위는 환자에게 발생한 마비증상이 영구적인지, 일시적으로 발생해 회복이 가능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6개월에서 1년간 추적관찰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의사가 이직했더라도 병원은 사용자로서 책임이 있다.
④ 암으로 개복수술을 받은 뒤 복통이 심했다. 결국 수술 봉합부위가 파열됐고 재수술을 받았다. 첫 수술이 잘못된 결과인 것 같은데 재수술 비용을 환자가 내는 건 부당하지 않은가.
―수술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어서인지, 환자의 병력이나 특수성 때문인지 검토해야 한다. 의사가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춰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치료비 납부 의무는 달라질 수 있다.
⑤ 운전 중 사고가 나 응급실에 갔더니 큰 이상 없다며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이후 배가 너무 아파 이틀 뒤 다시 그 병원에 갔더니 장 파열이라고 했다. 또 수술부위도 잘 아물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비는 물론이고 피해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나.
―장 파열은 외부의 강한 충격으로 생기고 보통 48시간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 교통사고 환자는 당장 증상이 없어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장 파열을 의심할 만한 진료기록이 있는지, 교통사고의 특성을 고려해 설명했는지 등을 검토해 병원의 책임 유무를 가릴 수 있다.
⑥ 비(非)의료인에게서 싸게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성형외과 의료기기를 오랫동안 다뤘다고 했다. 수술 뒤 부기가 빠진 뒤 양쪽 쌍꺼풀이 짝짝이가 됐다. 왼쪽 눈은 잘 감기지도 않는다. 이런 때도 의료중재원 구제를 받을 수 있나.
―의료중재원은 법에 따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만 다룬다.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구제해 주지 않는다. 그 대신 민·형사상 소송절차를 밟아 구제책을 찾을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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