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파장(왼쪽) 장파장(오른쪽) 적외선을 이용해 촬영한 두 장의 사진. 얇은 플라스틱판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각각 다르게
보인다. 적외선의 다양한 파장을 이용하면 고성능 야간투시장치나 진단센서 등을 개발할 수 있다. 옵토일렉트로닉스리뷰 제공
정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전력 대란 우려’ 때문에 대형 건물들의 과다 냉난방을 자제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단속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현장에서 직접 온도를 측정하는 까닭에 단속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과다 냉난방을 단속하자는 말이 나온다. 건물을 향해 적외선 카메라를 비췄을 때 표면 온도가 유난히 낮거나 높을 경우 과다 냉난방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는 적외선 카메라로는 단열이 잘된 건물의 과다 냉난방 여부를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최근 연구되고 있는 ‘컬러 적외선 영상기술’이 나오면 이 같은 고민은 깔끔하게 해결된다. 단열 여부를 떠나 인위적인 냉난방을 할 경우 적외선 카메라에 비치는 색깔부터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외선은 온도에 따라 빛의 세기가 바뀌고,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다양한 파장, 즉 색깔도 있다. 이런 적외선을 탐지하기 위한 적외선 센서는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쇳물이 넘실거리는 용광로의 온도를 측정할 때나 인공위성에서 지구 표면온도를 관측할 때, 어두운 밤에 주변을 관찰하는 야간 탐지 장비에도 적외선 센서가 들어간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적외선 센서는 한 가지 색밖에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빛의 색이 아닌, 밝기 정도만 감지하는 방식이라 카메라로 비유하자면 흑백 카메라 수준이다.
물론 지금도 두 가지 색깔을 촬영할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가 있기는 하다. 지구 온난화 감시를 위한 위성에 장착되거나 제품 표면온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산업체에서 쓰는 정도다. 문제는 소형 카메라인데도 대당 2억 원을 훌쩍 넘고, 2개의 렌즈를 사용해 각각 따로 영상을 찍어 비교하는 방식이라서 제대로 된 컬러 적외선 영상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나섰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상준 책임연구원(사진)팀은 한 개의 센서를 이용해 적외선을 네 가지 색깔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네이처’ 2011년 4월호에 발표했다. 네 가지 색깔을 원색으로 활용하면 사실상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또렷한 컬러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정밀 센서 개발을 시작한 상태다.
연구진이 개발 중인 컬러 적외선 센서는 고성능 유도무기나 야간 탐지 장치 등을 개발할 때도 적용할 수 있어 군사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이달 15일 미국 공군연구소와 산하기관인 항공우주연구개발 아시아지부가 30만 달러(약 3억3900만 원)를 연구팀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방위 산업적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상준 연구원은 “3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상용화되면 산업·과학·국방기술 분야에 두루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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