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립 교수 “성과 좀 늦어도 정확히 연구한 사람으로 남고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수학토크콘서트 나선 김필립 교수

인터파크 제공
인터파크 제공
“조금 늦더라도 가장 정확한 연구를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꿈의 소재’ 그래핀 연구의 선구자인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46·사진)가 29일 인터파크 주최 수학토크콘서트 주인공으로 섰다. 김 교수는 2010년 그래핀 연구에 노벨상 물리학상이 주어졌을 때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평가는 노벨상을 기대했던 국내 과학계의 아쉬움 때문이었다. 행사 시작 전 기자와 만난 김 교수는 “젊은 나이에 노벨상을 받았다면 하고 싶은 연구도 못하고 강연에 불려 다니며 정신없었을 것이라 위안하고 있다”면서 “유명한 논문을 내고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제 연구가 가장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주변의 아쉬움과는 달리 연구자로서 담담함을 보여준 김 교수는 “그래핀 연구에 초석을 마련한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가 상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동일 연구에 대해 3명에게 노벨상을 줄 수 있는 특성상 남은 한 자리에도 여러 후보가 있었을 것이기에 자신이 받았더라도 논란이 됐을 거라는 의미다.

인터뷰 내내 ‘정확한 연구’를 강조한 김 교수는 2주 전 ‘네이처’에 두 겹의 그래핀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가임과 노보셀로프 교수팀도 같은 결과를 발표해 두 논문이 나란히 실렸다. 운명의 장난이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하지만 그는 “서로 다른 연구팀이 같은 결과를 내 정확성을 높였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연구가 정확했다는 것을 또 다른 연구팀이 입증한 셈이니 연구자로서 만족스럽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자신만의 연구 철학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도 가감 없이 투영했다. 그는 최근 미국 연구팀의 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의 사진 조작 의혹에 대해 과학에서 성급한 속도 경쟁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속인 것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점이 있으면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에요. 자기 이름을 건 연구인 만큼 가장 정확한 것을 발표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는 한국의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부가 중요한 기초연구를 선정해 매년 100억 원씩 지원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죠. 하지만 기초연구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파이에서 큰 덩어리를 잘라오는 방식이라면 문제가 되죠. 그만큼 모험적인 연구를 담당할 작은 규모의 연구단이 설 자리가 줄기 때문입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김필립 교수#수학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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